규제 벽 높이는 한국… 신산업 '싹' 자른다 [혁신성장 발목 잡는 규제]

청와대·부처 정책 엇박자 속/ 표에 눈먼 정치권 신성장 외면/ 與도 ‘타다 금지법’ 결국 찬성/ “국민 편익은 안중에도 없어”
지난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의결된 가운데 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 도로에서 타다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때문에 ‘공유경제’의 대표 주자로 꼽히던 ‘타다’가 1년6개월의 시한부 운명을 맞을 위기에 처하자 스타트업계를 중심으로 규제가 신산업을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위해 혁신산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청와대와 부처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치권도 총선을 앞두고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는 택시업계의 눈치만 살피느라 여야를 막론하고 미래의 먹을거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정부와 국회,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국토교통부가 개최한 플랫폼 업계와의 간담회 이후 플랫폼 제도화 내용을 담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의 후속조치에 대한 논의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국토부는 플랫폼 업계에 일정 규모 이하의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기여금을 면제하거나 대폭 감면해 주는 ‘당근’을 내놓았지만 전폭적 지지를 얻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웅 쏘카 대표. 뉴시스

타다의 모기업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연일 페이스북에 “사실관계를 왜곡한다” 등의 글을 올리며 국토부를 공격하고 있다. 그는 간담회와 관련해 “택시 기반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불러놓고 타다를 금지하는 ‘붉은깃발법’ 통과를 기정사실로 하면서 특정 업체를 금지하는 법안이 아니라고 강변한 자리”라고 비판했다. 붉은깃발법은 1865년 영국이 마차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의 운행속도를 마차보다 느리게 제한해 영국 자동차산업의 몰락을 부른 대표적인 ‘혁신저해법’으로 꼽힌다.

청와대, 부처, 정치권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28일 “법으로 금지하지 않은 것은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 네거티브제도로 전환하고 규제의 벽을 과감히 허물어 우리 인공지능(AI) 기술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날 검찰은 타다 운영사인 VCNC 박재욱 대표와 쏘카의 이 대표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신산업을 마냥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제3정책조정위원장도 “문 대통령이 AI강국을 만들겠다고 역설한 그날 검찰이 찬물을 끼얹는 결정을 했다”고 검찰을 거세게 비난했다.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도로에서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가 운행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타다금지법은 지난 6일 국회 상임위원회(국토교통위)를 가볍게 통과했다.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여당의 입장이 바뀐 모양새다. 야당도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일 타다금지법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시했다가 하루 만에 이를 뒤집었다. 스타트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야 모두 국민 편익이나 미래산업의 가치에 대한 고려 없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낙선운동을 벌일 수 있는 택시업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