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에 빗장을 걸어잠그는 가운데 유럽도 중국에 다녀온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 보건장관은 4일(현지시간)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국과 유사한 조치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옌스 슈판 독일 보건부 장관은 “입국 제한이 가능한지, 아니면 최소한 국경에서 여행자 검사를 늘릴지 논의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유사한 조치란 최근 미국 정부가 우한 폐렴 확산을 우려해 미국 시민이나 영주권자의 직계 가족이 아닌 외국 국적자가 14일 안에 중국을 방문한 경우 미국 입국을 거부하기로 한 것을 뜻한다.
슈판 장관은 “한 개 국가의 조치는 의미가 없다”고도 해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입국제한 조치에 동참할 가능성을 암시했다. 대다수 EU 회원국과 일부 비회원국 등 유럽 26개국은 회원국 간에 국경을 열고 여행객이 비자나 여권 검사 없이 이동하자고 약속한 솅겐조약에 따라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하다.
아녜스 뷔쟁 프랑스 보건부 장관도 “입국 제한이 EU 장관들의 의제 가운데 하나”라며 “솅겐 지역(솅겐조약이 적용되는 국가)에서 반드시 통일된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원국 시민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데 한 국가가 이런 종류의 결정을 내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우한 폐렴 확산을 막을 추가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EU 순회의장국 크로아티아에 ‘회원국들의 보건장관 회의를 수일 내에 소집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외국인 국적자 입국 금지 조치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이 중국의 위기를 노려 과잉반응으로 공황을 조장한다”고 비판하기도 했으나 전 세계에서 우한 폐렴 확진자가 늘어나는 지금 유럽도 점점 국경을 걸어잠그고 우한 폐렴을 더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
현재 유럽 내 우한 폐렴 확진자는 독일 12명, 프랑스 6명, 영국·이탈리아·러시아 각 2명, 핀란드·스웨덴·스페인·벨기에 각 1명 등 총 28명으로 집계됐다. 프랑스와 영국 등은 자국민에게 당분간 중국을 떠나 있기를 권고하며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국 방문을 자제하라”고 주의를 줬다. 영국은 이에 더해 우한시가 속한 후베이성 전역에 대한 여행금지령을 내리고 우한에 고립된 자국민 탈출을 위한 전세기도 띄울 계획이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