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확진자수 세계 3위로 껑충… ‘숨은 감염자’ 30만 추정

세계 각국 ‘대문 잠그기’ 확산 / 며칠 새 환자 수 세계 3위된 미국 / 선별검사로 대응방식 긴급 전환 / 펜스 부통령 부부도 검사 ‘음성’ / 유럽 곳곳서 전 국민 이동금지령 / 젊은층 여전히 클럽·해변서 포착 / 한국발 입국자 제한 175곳 달해
미국 뉴저지주에 설치된 코로나19 검사소. UPI연합뉴스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30만명을 돌파하면서 세계 각국은 나라 안팎을 꽁꽁 걸어 잠그고 있다. 그럼에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외출과 모임을 지속하는 각국 젊은이들에게 세계보건기구(WHO)가 나서 경각심을 촉구했다. 며칠 새 확진자가 급증해 세계 3위로 뛰어오른 미국은 ‘선별 검사’ 위주로 대응 정책을 전면 전환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점 더 빠르고 광범위해지면서 각국의 경계 태세는 훨씬 더 단호해졌다.



한국발 입국자를 제한하는 곳은 계속 늘고 있다. 22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한국발 입국자를 제한하는 국가·지역은 총 175곳이다. 유엔 회원국(193개국)의 90.7%에 해당한다.

입국 금지령을 확대하는 나라도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 필리핀, 우간다, 코트디부아르는 이날부터, 나이지리아는 23일(현지시간)부터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막기로 했다. 브라질은 23일부터 30일간 한국,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호주, 유럽연합(EU) 국가 등에서 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

생존행렬 伊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의 한 슈퍼마켓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식료품·의약품 구매, 출퇴근 등에 한해서만 외출이 허용된 이탈리아에서는 이날부터 야외 공원도 전면 폐쇄됐다.
토리노=라프레세AP연합뉴스

이에 따라 많은 나라에서 국제선 운항 중단이 속출했다. 전체 코로나19 확진자의 절반가량이 포진한 유럽의 경우 ‘전 국민 이동금지령’이 속속 내려지고 있다.

 

WHO는 20일 젊은이들에게 코로나19 확산 방지 활동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클럽·술집 등의 영업이 금지되자 공원이나 집에 모여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코로나 파티’가 독일 곳곳에서 열리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에 아랑곳하지 않는 젊은 세대들이 포착되고 있어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화상 브리핑에서 “오늘, 나는 젊은이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 당신들은 천하무적(invincible)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는) 노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지만 젊은 사람도 살려주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경고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정부는 시드니 유명 해변 본다이비치에 대규모 관광객이 모여들자 21일 폐쇄 조치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환자 급증과 함께 대응 체계에 변화가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자택 격리’와 ‘선별적 검사’로 코로나19 대책을 빠르게 전환했다. 환자가 폭증하면서 의사와 보호장비 등 부족 문제가 불거진 것이 배경으로 분석된다.

워싱턴포스트는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들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전투에서 패배했음을 인정하면서 미국이 새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통제불능 직전’의 상황에서 나온 정책 전환이라는 평가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카운티 보건국은 최근 의사들에게 “코로나19 양성이 나와도 치료·처방이 달라지지 않을 가벼운 호흡기 환자의 경우에는 검사를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새크라멘토카운티도 “코로나19 감염자를 찾아내 격리하고 이들과 접촉한 사람을 추적해 확산을 억제하려는 전략으로 전환한다”며 주민들에게 필수적 활동을 제외하고 집에 머물라고 명령했다. 뉴욕시 보건국은 병원에 입원하지 않는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검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모든 의료시설에 지시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는 이틀 전 트위터를 통해 “퇴직한 의료 종사자들은 물론, 최근에 자격을 획득한 의대 및 간호대 학생 등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유령도시 뉴욕 미국 뉴욕주가 1900만명의 주민들에게 외출 금지를 권고한 21일(현지시간) 맨해튼 서쪽 허드슨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웨스트 사이드 하이웨이가 평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미 국방부는 뉴욕 내 호텔과 대학 기숙사의 객실 등 방 1만여개를 의료시설로 개조해 병실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컬럼비아대학 연구팀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수준이라서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은 감염자’가 실제 확진자의 11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날 확진자 2만6000여명을 대입하면 그 수는 30만명에 육박한다. 컬럼비아대 제프리 샤먼 교수는 “1918년 스페인독감 이후로는 가장 재앙적인 상황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경험하지 못한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부부는 이날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펜스 부통령 부부는 부통령실에서 일하는 보좌진 한 명이 전날 확진 판정을 받자 이날 검사를 받았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정지혜·백소용 기자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