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 인도공장 일시 가동 중단

인도 정부, 75곳 사업장 운영 중단 조치 / 삼성 노이다공장 스마트폰 기지 중 최대 / 한 해 1억2000만대 생산… 3일 동안 휴업 / LG 가전품 생산공장 3월 말까지 셧다운 / 현대차 연 70만대 생산 첸나이 공장 멈춰 / 정부, 車부품 수출·입 차질 대비책 추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국내 대기업들의 인도 생산기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 정부의 조치에 따라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 LG전자 등이 줄줄이 가동을 중단했다. 우리 정부 또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3일 인도 현지 언론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인도 노이다에 위치한 스마트폰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삼성전자 측은 “코로나19 확산으로부터 직원과 가족을 보호하고, 정부의 지시에 따르기 위해 노이다 공장 생산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영업과 마케팅, 연구개발(R&D) 등의 부문 직원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고객서비스 등 현장업무가 불가피한 일부 부문의 경우 최소한의 인력만 한정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노이다는 인도 수도 뉴델리 인근 우타르프레디시주에 위치한 지역이다. 노이다 공장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단일 생산기지 중 최대 규모를 갖춘 곳으로, 2018년 준공 후 연간 생산 능력을 1억2000만대 수준으로 늘려왔다. 노이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인도 내수용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 공급에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첸나이공장 조립라인.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인도 첸나이 공장도 차량 생산을 중단했다. 전날 인도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75개 지역에 대해 이달 31일까지 사업장 운영 중단 조처를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첸나이 공장은 현지 전략 모델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크레타와 베뉴 등 연간 70만대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기아차 인도 공장이 있는 안드라프라데시주는 이번 조치에서는 빠졌지만 인도 내 확산세 등을 감안하면 추후 셧다운할 가능성이 높다.



LG전자도 노이다와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에 위치한 생산법인을 이달 말까지 가동을 중단한다. 노이다 공장과 푸네 공장은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 푸네 공장에서는 스마트폰도 일부 생산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인도 지역별 공장가동 중지 일정이 각기 다르고 현지 협력사들도 일정에 맞춰 생산을 중단한다”며 “전체적 상황을 고려해 31일까지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교통경찰관이 22일(현지시간) 하이데라바드의 텅 빈 도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하루 동안 자발적 통행 제한을 실천하라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있다. 하이데라바드=AFP연합뉴스

인도 내 국내 철강업계도 긴급 셧다운 행정 명령 발표로 31일까지 가동을 멈춘다. 포스코는 인도 소재 4곳의 가공센터 중 델리가공센터와 푸네가공센터의 문을 닫았다. 현대제철도 인도 타밀나두주에 있는 코일공장과 강관제조공장의 생산을 같은 기간 중단한다.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자동차 부품 수출과 수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국내 완성차업체는 유럽 등에서 수입하는 부품 중 1∼2개월 생산량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장기화할 경우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3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산업회관에서 열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 자동차부품업계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내 완성차업체별 협력업체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자동차 산업의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위축되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파고를 견뎌내고 생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며 “정부는 현재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자동차업계가 현재 위기상황을 돌파해 나갈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책임경영의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현대차 13만9000주(매입금액 95억1200만원)와 현대모비스 7만2552주(〃 94억8900만원)의 주식을 매입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미래 기업가치 향상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영·이정우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