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휴원에 백수된 학원·프리랜서 강사들

코로나 비상 - 생활고 시달리는 비자발적 실업자 / 국영수 주요 과목 학원 잇단 개원 / 예체능은 학생들 없어 문 못 열어 / 헬스 클럽 트레이너도 수업 못 해 / “알바도 못 구해 생계 막막” 하소연 / “취업자 78%는 휴업수당 못 받아 / 정부, 비정규직 소득지원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예체능 학원·프리랜서 강사들이나 이른바 ‘코로나 백수’로 불리는 비자발적 실업자들이 대표적이다.

23일 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계속 연기되자 학원 상당수가 다시 개원하고 있는 가운데 음악·미술·체육 등 예체능 학원들은 여전히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 학원과 교습소 휴원율은 26.5%(2만5231곳 중 6681곳 휴원)로 13일 42.1%(1만627곳)에 견줘 크게 떨어졌다. 특히 국어·영어·수학 등 일반 교과과목을 가르치는 학원 상당수가 문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도 예체능 학원들은 어쩔 수 없이 휴원을 지속하는 상황이다. 배우는 내용이 입시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데다, 몸을 움직이는 수업은 감염 우려가 높아 학생들이 쉽게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부부가 함께 합기도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A씨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월 말부터 쭉 휴원하고 있어 수입이 0원이라 어쩔 수 없이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201특공여단 부대원들이 18일 오후 대구 수성구의 한 학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원 문을 열어둬도 사실상 휴업이나 마찬가지라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실용음악학원을 운영 중인 조모(40)씨도 “원래 수강생이 40명이 넘는데 코로나19 이후로는 거의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면서 “특히 아이가 있으신 분들이나 학생들은 전혀 나오지 않아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문화센터 강의 등을 생업으로 했던 프리랜서 강사들 역시 코로나19로 두 달가량 수입이 끊겨 생활고를 겪고 있다. 감염 우려로 많은 인원이 실내 공간에 모여 강의를 듣다 행여 전염될까 봐 우려하기 때문이다. 예체능 관련 학원을 운영하며 프리랜서 강의를 병행했던 B씨는 “강의도 나가지 못하고, 꼬박 두 달치 월세가 그냥 나가도 기존 대출이 있어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가 없다”며 “학원을 정리하려고 해도 돈이 드니 그것도 쉽지 않고, 잠잠해질 기미가 안 보여 답답한 마음뿐”이라고 토로했다.

관악구의 한 헬스클럽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는 김모(27)씨는 최근 ‘코로나 백수’가 됐다. 정부가 지난 22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보름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기로 하면서 김씨가 일하는 헬스클럽도 휴업에 들어가게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헬스장 트레이너들은 급여 구조가 기본급 약간에 퍼스널 트레이닝(PT) 수업을 통한 매출 인센티브로 이뤄져 있다. PT 수업을 많이 해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라면서 “휴업 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PT 수요가 뚝 떨어져 수입이 절반 이상이 날아갔었다. 그런데 이제 아예 2주간 휴관에 들어가면서 무급 휴가를 받게 된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원룸 월세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라도 구하려는 계획이지만, 김씨 같은 사람들이 몰리는 데다 코로나19로 일자리도 평소보다 적어져 더욱 힘든 상황이다.

23일 서울 동대문구 한 헬스장 출입구에서 이용객이 출입문에 부착된 정부 정책에 따라 휴업한다는 안내 문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취업준비를 하면서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던 전모(28)씨도 최근 사장으로부터 그만 나와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식당 매출이 평소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해서다. 전씨는 “사장님이 야속하긴 하지만, 사정을 아는지라 군말 없이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집세와 생활비를 합쳐 한 달에 적어도 80만원 이상은 필요한데, 이제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막막하다”며 “코로나19가 나 같은 취준생에겐 생계의 낭떠러지로 다가온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소득이 급격하게 줄거나 심지어 ‘코로나 백수’가 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을 위한 대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재난긴급생활비 대책 지원 대상에 해당하거나, 정부가 휴업수당 일부를 지원해주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 22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8월 기준 취업자 2735만명 중 사실상 휴업수당을 받기 어려운 이들이 77.8%(2127만명)에 달한다“며 “정부의 유일한 대책인 고용유지지원금은 정규직 일부에게만 적용돼 비정규직 노동자 등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정부의 소득 지원과 생계 보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지혜·남정훈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