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돈 풀기 한계… 실물경제 살리기 올인해야”

‘경제위기 극복’ 전문가 제언 / 하루 만에 통화스와프 효과 실종 / 주식·채권·원화 또 ‘트리플 약세’ / 코스피 1500선 붕괴… 환율 20원↑ / “노조 위주 정책·규제로 투자 위축 / 파격적인 재정부양책 가장 필요”
23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장을 마친 코스피지수가 표시돼 있다. 남정탁 기자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따른 경제 반등 효과는 단 하루뿐일까. 지난 20일 100포인트 이상 오르며 1500선을 회복했던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에 폭락한 미국 증시의 하방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5% 넘게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도 20원 올랐고, 국채값도 일제히 하락(금리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가한 경제 충격은 비단 금융시장만이 아닌 실물경제에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려면 한·미 통화스와프와 같은 단기처방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물경제 침체는 장기적인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정부는 실물경제를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23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안내판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스1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3.69포인트(5.34%) 하락한 1482.46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422억원, 361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로써 외국인은 13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23.99포인트(5.13%) 떨어진 443.76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소는 이날 오전 개장 직후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선물가격이 급락하자 5분간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를 각각 발동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20.0원 오른 1266.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장중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2bp(1bp=0.01%포인트) 상승한 연 1.147%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한국 경제가 흔들리는 것을 두고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나는 것이라며 금융시장의 충격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분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실물경제가 침체하고 있어 자칫하면 장기적인 금융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정부는 다각적인 접근으로 실물경제를 살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상점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권태신 한국경제원장은 “주 52시간 근무제나 최저임금 상승 등 노조 위주 정책과 공정거래법, 상법 등 규제로 기업 투자 위축으로 기업 경쟁력이 약해져 이런 변수에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정부의 재정부양책 강도를 높이고, 기업들에 단기자금시장 유동성을 높여줘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사진=뉴스1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연구실장은 “정부의 재정부양책 방향은 맞지만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강도가 약하다”며 “단순히 국내 지역사회 감염이나 의료 관련 예산 마련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경제 충격 정도를 생각해 파격적인 수단들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와 같은 가격변수 대응이 아닌 단기자금 유동성을 높일 수 있는 재정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정훈·김범수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