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백악관 앞 시위에 깜짝… 지지자들 부르는 트윗 날려

미 전역으로 확산하는 플로이드 시위 / 정규군 약 800명 미니애폴리스 투입 준비

미국 경찰의 가혹행위로 비무장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면서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처분 등을 요구하는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한 가운데, 백악관 앞 시위에 놀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향해 ‘백악관 앞으로 모여달라’는 취지의 ‘황당한’ 트윗을 날렸다. 자칫 시위대와 지지자들간의 충돌을 부추긴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백악관 시위에 놀란 트럼프, 지지자 백악관 결집 호소?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전날 ‘백악관 앞 시위’를 언급하고는 “전문적으로 조직된 소위 백악관 시위대는 조지 플로이드와는 거의 관련이 없다”며 “그들은 그저 그곳에서 문제를 일으켰고, 비밀경호국이 쉽게 처리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 AP=연합뉴스

그는 이어 오늘밤에는 백악관에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NIGHT’이 있을 것으로 이해해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밤에 백악관에서 후원행사가 열리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느냐는 것인데, 플로이드 시위대에 맞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백악관 앞으로 불러들이는 글로 이해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전날 백악관 앞 시위를 막은 비밀경호국(SS)을 칭찬하면서 “나는 안에 있었고, 모든 움직임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 이상 안전하다고 느낄수 없었다”면서 “그들은 시위대가 소리지르고 울부짖게 놔뒀고 어리석은 행동이나 줄을 벗어나면 곧바로 대처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호국은) 앞줄은 신참들로 대체했고, 누구도 울타리를 밟으려고 다가서지 않았다”며 “젊은 요원들을 앞 줄에 배치했더니 그들이 좋아했다고 한다. 잘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쁜일도 있었다면서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시장을 언급하고는 “그는 늘 돈과 도움을 요청했지만 DC경찰을 이번 일(백악관 시위)에 개입시키지 않았다”며 “그들의 일이 아니라고 한다. 좋다!”라고 힐난했다. 

'흑인 사망' 항의 시위대 연행하는 백악관 비밀경호국 요원들. 워싱턴 AP=연합뉴스

◆미 전역으로 확산하는 플로이드 시위에 정규군 투입

 

앞서 미 국방부는 정규군 병력을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날 보도했다. 국방부는 시위가 시작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헌병부대 파견을 준비하라고 육군에 지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병력 약 800명이 미니애폴리스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플로이드가 숨진 하루 뒤인 26일 시작된 시위는 워싱턴, 뉴욕주 뉴욕,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와 새너제이, 애리조나 피닉스, 켄터키 루이빌, 테네시 멤피스, 오하이오 콜럼버스 , 뉴멕시코 앨버커키, 조지아 애틀랜타, 텍사스 휴스턴 등 전국 10여개 도시로 번졌다.

 

메모리얼 데이(현충일)인 지난 25일 “숨 쉴 수 없다”고 호소하던 플로이드는 백인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숨졌고, 이는 흑인사회를 비롯한 전국의 분노를 촉발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시민들이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숨진 장소 인근에 마련된 임시 추모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 AP=연합뉴스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경찰서가 불탔고, 인근 세인트폴에서는 200여개 상점이 약탈당하고 수십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미네소타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에 주 방위군 500여명이 투입됐다. 아울러 29일과 30일 각각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야간통행금지가 시행됐다.

 

시위대는 돌과 물병을 던지며 경찰 차량을 파괴했고,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대응했다. 수도 워싱턴에서는 수백명이 백악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고, 일부 참가자가 백악관 진입을 시도하자 비밀경호국(SS)이 최루액을 뿌리며 저지했다. 백악관은 한때 모든 출입을 통제하는 봉쇄조치에 들어갔다.

 

실리콘밸리 지역인 새너제이에서는 시위대가 고속도로에 진입해 도로를 가로막고 차량 유리창을 부쉈고,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는 수천명이 CNN본사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구호를 외쳤다. CNN건물 외벽 유리창이 박살났다.

 

뉴욕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며 72명이 체포됐고, 루이빌에서는 격렬한 항의 시위 도중 총격 사건이 발생해 7명이 다쳤다. 덴버와 앨버커키 시위에서도 총격 사건이 이어졌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한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뉴욕 AP=연합뉴스

◆가해자 처벌 적절성 논란...“경찰 4명 모두 처벌하라”

 

미 언론은 플로이드 시위가 더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해자를 3급 살인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한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앞서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의 마이크 프리먼 검사는 전날 미니애폴리스경찰 소속이었던 전 경찰관 데릭 쇼빈(44)을 3급 살인(murder) 및 우발적 살인(manslaughter) 혐의로 기소했다. 쇼빈 등 경찰관 4명은 지난 25일 ‘편의점에서 누군가 위조지폐를 사용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플로이드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쇼빈은 수갑이 채워진 채 엎드린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찍어 누르고 있는 동영상이 공개됐고, 이 동영상에서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어요, 나를 죽이지 마세요”라고 호소했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쇼빈은 8분 46초간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렀고, 플로이드가 의식을 잃은 뒤에도 2분 53초간 무릎을 목에서 떼지 않았다. 쇼빈은 미니애폴리스경찰 내사과에 18건의 민원이 제기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 언론은 살인 혐의가 적용된 점에 주목했다. 죽일 의도는 없었지만 격분한 상황에서 사람을 죽였거나 부주의한 행동으로 사람을 죽인 ‘우발적 살인’보다 무거운 범죄로 평가한 때문이다. 

 

유족과 시위대는 하지만 기소혐의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유족 측 변호사 벤저민 크럼프는 “우리는 1급 살인혐의를 예상했고 이를 원한다”며 “아울러 다른 경찰관들도 체포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가해자 4명 모두 해임됐지만 쇼빈만 체포된 데 대한 지적이다. 1급 살인은 보통 사전에 계획된 살인이나 어린이 등 약자를 상대로 한 살인, 강도 등 다른 중대범죄를 저지르다 일어난 살인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50여년 된 ‘공무원 면책권’ 조항, 적폐로 지적

 

미 경찰의 인권탄압에 악용돼왔다는 비판을 받는 ‘공무원 면책권’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찰은 일반 시민이라면 법의 심판을 받았을 행위를 해도 기소되는 경우가 드물다”며 “경찰은 ‘공무원 면책권’ 원칙에 따라 일정 수준의 법적 보호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인들은 연방법에 따라 자신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공무원을 고소할 수 있다. 하지만 미 대법원은 1967년 ‘선의’로 인권을 침해한 공무원들에겐 면책권이 부여된다고 최초로 명시했다. 공무원들이 공무집행 과정에서 불필요한 소송을 당하는 불이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처였다. 하지만 경찰의 강압적 수사 등으로 인해 미 국민이 피해를 봤을 때 이 조항으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이코노미스크는 전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