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오락가락, 엇박자 행보가 부동산 시장 혼란만 키웠다.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서울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논란에 관한 이야기다. 유력 당·정·청 인사들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인한 시장 혼란에 “이게 나라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무총리실은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7·10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정부·야당에서 중구난방식으로 이어지던 그린벨트 논란이 일단락됐다. 대책 발표 직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린벨트 해제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지난 14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을 바꾼 게 논란의 시작이었다.
이들의 발언은 단순한 정책검토와 의견개진 차원이라고 보면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주택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가진 민감성과 특수성을 감안할 때 당·정·청의 주요 인사가 말 한마디에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진 서울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수서역 인근 등지의 공인중개소엔 부동산 관련 문의가 쏟아졌고, 발 빠른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이들 지역의 아파트 호가는 최소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 급등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주요 정책을 중요 당국자가 검토할 수 있으나, 너도나도 나서서 한마디씩 하는 것은 ‘최악’”이라며 “제대로 된 국가라면 절제된 루트를 통해서 이들의 입장이 나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냐”고 반문했다.
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제라도 나선 교통정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서로 운전자가 되겠다며 운전대 쥐고 씨름하는 동안 갈팡질팡한 부동산 정책에 죄 없는 국민만 치이게 될 것이다. 부동산 정책은 없고, 부동산 정치만 있다”고 지적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