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발(發)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세종시 등 충청권의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부동산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내놓은 7·10 대책 이후에도 서울의 집값은 잡히지 않고 있고, 수도권과 충청권에서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연이은 대책이 오히려 시장에서는 집값 폭등 기대와 이를 우려한 매수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불거진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세종시 집값이 폭등했다. 이달 셋째주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97% 올라 전국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올해 초부터 심상치 않았던 집값이 요새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서울 아파트값도 상승 중이다. 이달 셋째주 기준으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0.06% 올랐다. 전주(0.09%)와 비교하면 상승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6월 둘째주부터 7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0.33%(시계열 기준) 상승했다. 올해 1∼5월 누적 상승폭이 0.14%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가파른 수치다. 12·16 대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다소 주춤했던 서울 집값이 지난해 수준 이상으로 뛰어버린 셈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6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주보다 0.12% 상승했는데 그중에서도 송파구(0.23%), 강남구(0.20%), 서초구(0.18%) 등 강남 3구가 유독 큰 폭으로 올랐다. 강북 선호지역인 마포구(0.20%), 성동구(0.16%), 용산구(0.14%) 등 ‘마·용·성’도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컸다.
집값 급등 속에 정부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관한 막바지 조율을 벌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비공개 관계장관회의인 ‘녹실회의’를 열고,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홍 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남춘 인천시장, 김학진 서울시 제2부시장 등이 참석했다.
국방부 장관과 서울시 부시장, 경기지사, 인천시장까지 회의에 참석하면서 공급대책이 막바지 조율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서울 유휴부지 개발, 도심 용적률 상향, 공공 재건축·소규모 재건축 활성화 등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태릉골프장(83만㎡) 등을 신규 부지로 개발하는 방안, 서울 용산역 정비창 부지 개발 밀도를 높여 주택을 기존 8000가구보다 많이 공급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도심 고밀 개발을 위한 도시계획 규제개선,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도시 주변 유휴부지·도시 내 국가시설 부지 등 신규택지 추가 발굴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박세준 기자, 세종=박영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