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입주민의 변호를 맡았던 국선변호인이 최근 사임계를 제출했다. 사선변호인이 사임한 데 이어 국선변호인도 사임한 것이다.
12일 서울북부지법은 경비원 최모씨를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아파트 입주민 심모(49)씨의 변호를 담당했던 국선변호인이 지난 10일 법원에 사임계를 제출해, 11일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재지정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사임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법원은 통상 국선변호인을 지정할 때 미리 재판 일정 등을 물은 뒤 결정하는 만큼 이미 선임된 변호인이 일정상 이유로 사임계를 제출했을 가능성은 적다. 이에 변호인이 심씨의 변호를 맡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심씨가 선임한 사선 변호사는 지난달 24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허경호)에서 열린 1차 공판에서 검찰이 공소사실을 밝히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후 재판부는 변호인 사임 의사를 받아들인 뒤 심씨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것인지 다른 사선 변호인을 선임할 것인지 물었고, 심씨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후 심씨는 재판이 연기된 끝에 변호인을 새로 구하지 못했고, 법원은 이달 3일 심씨에게 국선변호인을 지정했다.
심씨는 폭행, 보복 감금, 상해, 무고, 협박 등 7개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근무 중인 경비원 최모씨를 지속해서 괴롭혔고, 이를 견디지 못한 심씨는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유언을 남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 조사 결과 심씨는 지난 4월21일 숨진 최씨가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자신의 승용차를 손으로 밀었다는 이유로 때려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심씨는 같은 달 27일 최씨가 경찰에 자신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심씨를 경비실 화장실로 끌고 가 약 12분간 감금한 채 구타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
새로운 국선변호인이 지정된 심씨에 대한 재판은 오는 21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