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사들에 아이폰 등 단말기 광고비와 무상수리비를 떠넘기는 등 ‘갑질’을 한 혐의를 받는 애플코리아가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자진시정안을 마련했다. 수리비 10% 할인 등 1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방안을 포함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일부 혜택이 돌아갈 전망이다. 하지만 이통사들을 괴롭혀 온 ‘광고기금’ 등은 사라지지 않아 의견수렴 과정에서 이통사들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공정위는 24일 애플과 협의해 마련한 거래상 지위 남용 관련 잠정 동의의결안(자진시정안)을 공개하고, 25일부터 오는 10월3일까지 40일간 해당 안에 관한 이해관계인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의견수렴 후 최종 동의의결안이 마련되면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통해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애플은 상생지원을 위해 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기존 아이폰 사용자에게는 디스플레이, 배터리, 기기 전체 수리 등 유상수리 비용을 10% 할인해 준다. 보험상품인 애플케어 플러스에도 10% 할인을 적용한다. 애플케어 플러스나 애플케어를 이미 구매한 아이폰 사용자가 요청하면 구매 금액의 10%를 환급해준다. 애플은 여기에 250억원을 배정해 이 금액이 소진될 때까지 이어간다.
애플은 400억원을 들여 국내 중소기업의 스마트 제조업 역량 강화를 위한 R&D(연구개발) 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중소기업이 스마트 공정 최신 장비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과 협업도 진행한다. 정보통신기술(ICT) 인재 양성을 위해 연간 약 200명의 학생에게 9개월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개발자 아카데미 운영에도 250억원을 투입한다. 사회적 기업, 임팩트 투자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혁신학교와 특수학교, 다문화가정 아동 등 교육사각지대, 도서관과 과학관 등 공공시설에 디지털 기기와 교육을 지원하는 데는 100억원을 쓴다.
앞서 2018년 4월 공정위는 애플이 무상수리 서비스 관련 비용을 이통사에 떠넘기고 보조금 지급과 광고 활동에 간섭하는 등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애플에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