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재생으로 자족 도시 만들 것”

이정훈 강동구청장
건축물 노후·기반 시설 등 고려
‘베드타운’서 탈피 인프라 구축
지역민 자생토록 마을 활성화
인구 증가 서울 자치구 중 3위
일자리 창출 등 외형 확대키로
이정훈 서울 강동구청장이 지난달 26일 집무실에서 강동구 주요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강동구 제공

“사실 ‘도시재생’이란 말은 안 쓰고 싶어요. 냉정하게 봐서 재개발할 곳은 해서 마을을 재생해야 합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지난달 26일 구청장 집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시재생도, 재개발도 아닌 ‘강동형 마을재생’을 강조했다. 건축물 노후도와 기반 시설 현황 등을 살펴 개발이 필요한 곳은 과감히 진행하되 일부 지역은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유익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골자다. 이 구청장은 “지역주민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마을을 활성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활이 어려운 분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인구 증가 속도가 서울에서 가장 빠른 편인 강동구는 2023년쯤 인구 55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인구로는 3위에 해당하는 규모와 가치에 상응하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 구청장의 해법은 ‘자족 도시’다. 대표적 베드타운이었던 이미지를 벗고 경제 성장으로 자립한 뒤 분배로 이어지는 그림을 그린다. 이를 위해 고덕비즈밸리, 엔지니어링복합단지 등 일자리 기반 시설을 비롯해 서울지하철 5·8·9호선 연장사업과 GTX-D노선 유치까지 추진하며 외형을 키워가고 있다.

그러나 강동구 특유의 지역·계층 간 격차를 축소하지 못하면 이러한 목표는 빛이 바랠 수 있다. 강동은 재건축으로 새롭게 정비되고 녹지 비율도 높은 동쪽과 가장 오래된 마을이 있는 서쪽 구도심이 크게 대비된다. 구도심에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1인가구 비중 등이 높은 편이다. 이 구청장은 “‘더불어 행복한 강동’이 되려면 계층 격차 해소가 필수 과제”라며 “이를 위해 구도심에 대규모 생활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가장 역점을 둔 사업으로 천호동에 있는 ‘구천면로 걷고 싶은 거리’를 꼽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하철 5호선 명일역에서 천호초교 사거리 약 1㎞ 구간의 구천면로는 동·서로 갈린 강동을 관통하는 상징적인 장소다. 이곳의 노후화된 구시가지 일대 경관을 밝게 바꾸고 상업적으로 활기차게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구천면로 재생사업과 관련해 “지금은 밤 8시만 되면 불이 꺼지는 가장 낙후된 길이지만 곧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로 가득 차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2019년 8월 첫 삽을 뜬 뒤 총 사업비 410억8200만원을 들여 노후보도 교체, 전신주 지주화, 디자인 개선 등을 거쳤다. 다양한 복합문화공간과 지역 브랜드, 유명 기업 입점 등 3개 분야 28개 사업이 들어선다. 전체적인 윤곽은 오는 3월쯤 드러날 예정이다.

‘공간이 바뀌면 사람이 바뀐다’는 이 구청장의 신경건축학적 철학은 구천면로를 비롯한 강동구 공간복지 사업의 바탕이 됐다. 북카페, 아이·맘 육아종합지원센터, 제2구민체육센터, 명일근린공원 공공도서관 등의 지역밀착형 생활편의시설 건립이 대표적인 공간복지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서울 자치구 가운데 높은 편인 자살률도 반드시 개선하고 싶은 과제라고 이 구청장은 강조했다. 강동구는 2018년과 2019년 3, 4위를 기록한 자살률을 12, 13위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전 구민 우울 관리, 생명지킴이 교육, 고위험군 선제 발굴 및 지원 강화 등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구청장은 “강동구가 더 나은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자살률을 확실히 낮춰놓고 싶은 강한 욕심이 있다”며 “꾸준히 자살 예방 안전망을 구축한 결과 2020년 자살률은 전년 대비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