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주어지자 재능 보여줬다… 이강인, 셀타 비고전 결승골 도움

발렌시아의 이강인(가운데)이 21일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타야에서 열린 셀타 비고와의 라 리가 경기에서 상대 수비를 제치고 드리블하고 있다. 발렌시아=펜타프레스연합뉴스

'이강인(20)을 왜 기용하지 않는가.' 2020~2021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 리가)에서 발렌시아가 부진할 때마다 현지 언론이 던지는 비판이다. 

 

라 리가 명문 발렌시아는 올 시즌 초반부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며 강등권 근처까지 순위가 떨어지는 등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는 중이다.  오프시즌과 시즌 초반 젊은 선수 중심 팀 개편을 명목으로 다니 파레호(32), 프란시스 코클랭(30·이상 비야레알), 제프리 콘도그비아(28·AT마드리드) 등 핵심 베테랑을 대거 내보내 팀 전력이 크게 약화된 것이 부진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 그런데도, 젊은 선수들 중 가장 출중한 재능을 가졌다고 평가되는 이강인을 기용하지 않으니 비판이 이어질만도 했다. 2020~2021시즌 이강인은 지난 15일까지 15경기에 나서 단 683분만을 평균 출장시간이 40여분에 그쳤다. 발렌시아 지역지 데포츠테발렌시아노가 지난 13일 “발렌시아가 이강인의 재능을 죽이고 있다”고 또 한번 구단에 직격타를 날리기도 했다.

 

이런 비판 속에 이강인이 오랜만에 선발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리고, 여지없이 빛나는 재능을 보여주며 자신을 기용해야한다는 현지 언론의 주장이 합당함을 보여줬다. 여기에 이번에는 팀을 승리로까지 이끌었다.

 

발렌시아는 21일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타야에서 열린 셀타 비고와의 24라운드 홈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선발 투톱으로 그라운드에 나선 이강인은 플레이메이커로 경기 내내 빛났다. 특유의 기술을 완벽하게 펼쳐내며 탈압박, 드리블, 패스 등에서 놀라운 모습을 지속해서 보여준 것. 0-0으로 팽팽한 경기가 펼쳐지는 중에도 발렌시아가 위협적인 장면은 더 많이 만들어냈고, 대부분이 이강인의 활약에 의한 것이었다.

 

결국, 이강인이 팽팽한 경기에 차이를 만들어냈다. 후반 19분 이강인이 센터 서클 부근에서 보낸 예리한 스루패스를 보내 막시 고메스(25)의 단독 찬스를 만들어냈고, 이를 루벤 블랑코(26) 골키퍼가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막으려다 무리한 태클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 퇴장으로 팽팽하던 경기가 발렌시아 쪽으로 기울었다.

 

다만, 한명 더 많은 유리한 상황에서도 아쉽게도 득점이 나오지 않아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아쉬움이 경기장을 물들이던 추가시간 3분 마침내 발렌시아의 결승골이 나왔다. 

 

이번에도 이강인의 감각적인 패스가 빛났다. 마누 바예호(24)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간결한 터치로 수비 사이 공간을 창출한 뒤 페널티 지역 안으로 침투하는 바예호에게 절묘한 패스를 보냈고, 이를 바예호가 오른발 마무리로 골로 연결했다. 이강인의 시즌 4호 도움으로 지난해 10월 엘체전 이후 4개월 만에 라리가 공격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이강인은 결승골이 나온 뒤 수비수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나갔고, 발렌시아는 후반 추가시간 8분 케뱅 가메이로(34)의 쐐기골로 2-0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강등권과 승점 3 차이로 쫓겼던 발렌시아는 이날 승리로 리그 2경기 무승(1무 1패)을 끊고 12위(승점 27)로 올라섰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