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년차인 이소미(22·SBI저축은행)는 바람에 강하다. 지난해 10월 전남 영암 사우스링스 영암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휴엔케어 여자오픈에서 강한 바닷바람을 뚫고 짜릿한 1타차 역전승으로 데뷔 첫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소미는 당시 인터뷰에서 “바람을 이기기보다는 태우면서 자연스럽게 공을 핀에 붙이려고 했다”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바람을 대하는 남다른 자세는 2021 시즌 개막전에서도 빛을 발했다. 이소미는 지난 10일 제주도 서귀포 롯데 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 스카이·오션 코스(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경기내내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강한 바람이 불었지만 버디 5개를 잡아내고 보기 2개를 곁들여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를 적어내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최혜진(22·롯데)이 14번 홀(파3)에서 공을 물에 빠뜨리며 트리플 보기를 적어내는 등 많은 선수들이 연못을 끼고 있는 14∼15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쏟아냈지만 이소미는 모두 파로 막으며 바람을 잘 다스렸다. 이소미는 “바람이 불면 다들 힘들고 어렵다. 다만 나는 바람을 이기려 하는 게 아니라 바람에 순응하고 활용하자는 태도”라며 바람에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두 달 동안 제주도에서 겨울 훈련을 하며 개막전에 대비한 이소미가 결국 초속 6m의 바람을 뚫고 6개월만에 통산 2승 고지를 밟았다. 이소미는 11일 대회 최종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3개로 이븐파 72타를 쳐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를 적어내며 끈질긴 추격전을 펼친 장하나(29·비씨카드)를 2타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은 1억2600만원. 이소미는 “바람 불때는 자신에게 더 집중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좋은 성적으로 어어졌다”며 소감을 밝혔다.
2위 이다연(24·메디힐)에게 2타차 앞선 단독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이소미는 3번홀(파4)에 첫 보기를 범하며 이다연, 장하나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하지만 6번 홀(파4)에서 정교한 아이언 샷으로 첫 버디를 잡았고 7번홀(파4)에서 7m 버디 퍼트를 성공해 경기의 주도권을 되찾았다. 이다연은 전반홀에서만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를 쏟아내며 우승경쟁에서 멀어졌고 8번 홀까지 2타를 줄인 장하나가 9번 홀(파5) 이소미의 보기를 틈타 1타차까지 따라붙었다. 장하나는 13번 홀(파4) 버디로 이날 두 번째 공동 선두로 나섰지만 이소미는 15번 홀(파5)에서 4m 버디 퍼트를 떨궈 다시 선두로 달아났다.
승부는 장하나가 16번 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면서 판가름 났다.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벗어났고, 칩샷은 너무 길게 떨어지면서 3퍼트로 통한의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2개 홀을 남기고 3타차 여유 있게 앞선 이소미는 17번 홀(파3)에서 짧은 파퍼트를 놓쳤지만 18번 홀(파5)을 파로 막으면서 2타차 승리를 마무리했다.
이다연은 6타를 잃고 공동 9위(2오버파 290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이 대회가 열리지 않아서 2년 만에 타이틀 방어에 나섰던 조아연(21·볼빅)은 공동 5위(1오버파 289타)에 올랐다. 대상 4연패에 도전하는 최혜진은 공동 12위(4오버파 292타)에 머물렀다.
서귀포=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