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광객에 ‘러브콜’ 보낸 EU… 터키도 “질 수 없지”

EU 집행위원장 “백신 접종 마친 미국인, 유럽 오세요”
터키 대통령 “우리도 확진자 확 줄여 美 관광객 받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미국인들은 조만간 유럽을 조건 없이 방문할 수 있어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유럽연합(EU)이 미국 관광객들한테 ‘러브콜’을 보냈다. 미국은 영국, 이스라엘 등과 더불어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 조만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일상으로의 복귀가 점쳐진다.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지리적으로 EU 바로 옆에 있으면서 역시 관광업이 발달한 터키는 심기가 다소 불편해 보인다. EU에 비해 코로나19 상황이 훨씬 심각한 터키로선 관광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처지다. 다만 올여름 성수기 자국을 찾는 관광객들의 소비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터키는 코로나19 방역에 사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26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미국인들은 조만간 유럽을 조건 없이 방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역학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미국과 EU의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며 “미국은 6월 중순에 성인 인구 70%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쳐 집단면역이 달성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대단한 진전”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백신 접종 미국인의 유럽 여행이 이뤄지면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은 유럽의 관광산업은 1년 만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매년 여름 휴가철마다 수백만명의 미국인 관광객이 찾았던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포르투갈·크로아티아 등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마침 그리스는 지난 주부터 미국 여행객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서나 음성 증명서를 제시하면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EU가 미국인들에게 ‘러브콜’을 보낸 날 터키는 다음 달 17일을 기한으로 전면 봉쇄 조치에 들어가기로 했다. 미국 등에서 오는 관광객을 의식해 여름 휴가철 이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를 적어도 유럽 국가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조치다. 터키의 코로나19 상황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심각하다. 이날 하루 신규 확진자 수만 무려 3만7312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세계에서 인도·미국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수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사실상 같은 생활권으로 분류되는 터키는 관광 측면에서도 유럽과 긴밀히 엮여 있다. 여름 휴가철 같은 성수기에 유럽을 찾는 관광객들이 터키로도 발길을 돌려야 자국 관광산업이 활기를 띠는 구조인 셈이다. 터키 투자청에 따르면 관광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하는 주축 산업이다.

 

봉쇄 돌입에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유럽이 봉쇄를 푸는 시점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반드시 일일 신규 확진자 수를 5000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는 관광은 물론 무역과 교육까지 모든 분야에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자못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