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윤석열만의 TV토론 불가’ 법원 결정 당연하다

법원이 어제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각각 지상파방송 3사를 상대로 낸 ‘양자 TV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방송사들이 안·심 후보를 제외한 채 방송 토론회를 실시·방송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한 것이다. 당연한 결정이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이나 31일 실시될 예정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간 양자토론은 무산됐다. 방송 3사는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국민의당·정의당에 오는 31일이나 다음달 3일 4자 토론회를 여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윤 후보 측은 수용 입장을 밝혔다.

 

이번 양자 TV토론은 중앙선관위가 참여 기준을 정한 법정 토론은 아니므로 방송사에 재량권이 있다. 하지만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두 후보의 토론을 생중계하기로 한 만큼 법 규정과 공정성에 부합해야 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관위가 주관하는 법정 TV토론에는 언론이 공표한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인 후보 또는 직전 대선이나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국 지지율 3% 이상을 기록한 정당 후보가 초청 대상이다. 이 자격을 충족하는 안 후보를 제외한 TV토론 개최는 불공정할 뿐 아니라 선관위 규정에도 맞지 않는다.

 

2007년 대선 때도 법원은 유력 후보들만 참여하는 TV토론이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린 적이 있다. KBS와 MBC가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10% 이상’ 기준으로 이명박·정동영·이회창 후보 3자 토론을 추진했지만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제동을 걸었다. 공직선거법의 방송토론 후보자 선정 기준을 준거로 삼으라는 취지였다. 거대 정당이 군소 정당 후보들을 배제하고 TV토론을 하는 건 유권자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행태다.

 

이번 대선은 이·윤 후보 본인 사법리스크는 물론 가족리스크까지 불거진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다. 저급한 네거티브가 판을 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 만큼 TV토론은 더욱 중요하다. 양대 정당 후보만이 TV토론을 하면 상호 비방전이 가열되면서 정책토론이 실종될 가능성이 높다. 안 후보를 포함한 다자 토론은 유권자에게 후보들에 대한 더 많은 정보와 판단 근거를 제공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후보들이 미래 비전과 정책을 두고 치열하게 논쟁할 수 있도록 수준 높은 다자 토론의 장을 많이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