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으로 어제 국내 신규 확진자가 1만6096명에 달했다. 사흘째 1만명대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수도권에서만 1만명을 넘어섰다. 재택치료자는 5만명대로 늘었다. 오미크론 대유행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오늘부터 전국의 보건소와 대형병원 등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PCR검사나 신속항원검사를 선택해서 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 체계가 전환된다. 설 연휴 직후인 내달 3일부터는 전국 임시선별진료소와 일부 병원·의원에서도 이런 진단검사 체계가 확대 시행된다. 코로나19 의심환자는 전국 병원·의원 호흡기전담클리닉 431곳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팍스로비드 등 먹는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이후 동네 병원·의원 1000곳이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하도록 할 방침이다. 재택치료 관리 의료기관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대해 동네 병·의원들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고위험군 등을 제외하고는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와야 PCR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방역지침이 바뀌자 자가검사키트 주문이 쇄도해 품귀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규 확진자 규모가 10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하는데도 사회적 거리두기 확대와 같은 방역 강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방역의 무게중심을 ‘유행 규모 관리’에서 ‘고위험군 억제’로 옮겼다. 정부는 중환자가 줄었다는 이유로 위드 코로나를 모색 중이라고 한다. 3·9 대선을 앞두고 표심만 염두에 둔 안이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다가 방역에 대한 경각심이 흐트러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수행한 청와대 직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이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귀국 시 문 대통령과 함께 전용기를 탔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순방 후 3일간 재택근무를 하는 등 이례적인 칩거에 들어갔다. 청와대는 그동안 쉬쉬하다가 언론 보도로 정황이 알려지자 마지못해 시인했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여러 차례 코로나19와 관련해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지시했지만 방역 최고 컨트롤타워인 청와대가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러니 정부의 방역 의지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 아닌가.
정부의 방역체계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가운데 맞게 된 설 연휴가 오미크론 대유행의 최대 고비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어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고향 방문 등 이동과 만남을 가급적 자제해 주실 것을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지만, 역과 공항마다 귀성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면서 감염 확산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제라도 문 대통령이 방역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방역 컨트롤타워 재정비가 시급한 과제다. 당국은 새로운 방역체계의 문제점을 꼼꼼히 살펴 세부 매뉴얼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때다. 국민들은 차분하게 설 연휴를 보내면서 방역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