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보호구역서 만취 운전한 30대… 하교하던 초등생 숨져

“인도 없어 평소에도 사고 가능성 걱정”

30대 남성이 음주운전을 하다 초등학교 앞에서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해당 남성에 대해 즉각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B(9)군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장소. 인도가 없어 갓길로 다녀야 하는 데다 경사가 가팔라 평소부터 위험구역으로 지적받은 곳이다. 이희진 기자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3일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30대 남성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2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 후문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3학년 B(9)군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위험 운전 치사, 도로교통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사고를 목격한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08% 이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음주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고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난 장소는 인도가 없어 평소에도 학부모들이 사고 발생 가능성을 우려해온 곳이다. 해당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4면 중 1면에만 인도가 없는데, B군이 숨진 곳도 인도가 없는 곳이다. 해당 초등학교 6학년인 C(12)양은 “길이 좁고 경사가 가팔라 평소에도 위험하다고 인지하고 있던 길”이라며 “등교할 때 차가 갑자기 들어와서 놀라서 쓰러진 적이 있다”고 했다. D(12)양 역시 “후문 앞 횡단보도가 좁은 사거리와 붙어 있어 차가 회전을 할 때 사람을 잘 못 보는 것 같다”며 “등하굣길에 보안관이 봐주는 날도 있을 만큼 위험한 길”이라고 전했다. B양은 “어린이 보호구역이긴 하지만 빠른 속도로 가는 차들이 많다”고도 덧붙였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B(9)군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장소 바로 옆 국화꽃이 놓여 있다. 이희진 기자

사고가 발생한 장소 앞엔 국화꽃과 메모지가 쌓였다. 자신을 해당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라고 밝힌 이는 “아가야, 얼마나 아팠니. 어른들이 너무나 미안하구나. 천국에서 건강히 잘 지내거라. 다음 생에는 꼭 못다이룬 꿈 이루길”이라고 메모지에 적었다. 

 

경찰은 사고 차량이 어린이 보호구역 제한속도를 넘겼는지를 확인하는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