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김건희 리스크’와 ‘이재명 리스크’의 맞대결로 점철되며 ‘정책 국감’과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양당은 공세 고삐를 더욱 조일 기세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 순방을 떠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겨냥해 “김건희 국감을 피한 도주”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역시 11월 공직선거법·위증교사 혐의 재판 선고를 앞둔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의혹을 재생산하고 있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인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해 “뻔뻔한 순방에 예산 낭비를 멈추고 김건희 특검으로 의혹을 밝혀라”라고 말했다. 특히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된 이들을 열거하며 십상시와 비선실세를 거론하고 나섰다. 강 대변인은 “공천개입 명태균, 주가조작 이종호, 김대남과 녹취록 속 십상시까지, 앞으로 나올 또 다른 십상시에 비선실세는 도대체 몇 명인가”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피감기관 공무원 모욕 주기, 동행명령장 남발 등 “거대의석 수를 앞세운 민주당의 입법 횡포가 이번 국감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남은 국감 기간만이라도 ‘갑질’에서 벗어나 민생 국감, 정책 국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적 관심 사안인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잇달아 터지는 만큼 의혹 해소에 나서는 것이 야당의 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공세로 맞불을 놓으면서 국감장에서 연일 혈투가 벌어지는 중이다.
여야 정쟁이 부각되는 가운데 국정감사 취지에 걸맞지 않은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민주당 윤종군 의원은 중고거래 플랫폼이 취약하다는 문제를 제기한답시고 현직 장관 관용차를 매물로 올렸다가 허위매물 논란에 휩싸였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재산 축소 신고로 기소된 민주당 이상식 의원이 자신의 사건 수사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요구했다가 철회하는 일도 발생했다.
한편 10일 열리는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 증인으로 채택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씨, 김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 강혜경씨가 모두 검찰 수사를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혔다. 당초 김 여사 선거개입 의혹 진상 규명을 벼르는 민주당과 정부를 엄호해야 하는 여당이 충돌을 빚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이들의 불출석으로 김이 빠졌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당초 동행명령권을 적극 사용하겠다고 밝힌 데다 상설특검 등 법적 조치를 운운한 만큼 불씨는 여전하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국민께서 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국정농단으로 고통받아야 하는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