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구체적인 국정 쇄신책을 제때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가 여권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지금이 쇄신의 적기다. 쇄신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된다"는 주장이 계속 분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이후 반사이익에 기대서는 안되고 스스로 쇄신해야 돌아선 민심을 잡을 수 있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바야흐로 '쇄신의 시간'이 왔다. 김건희 여사 문제 등 정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잡음들로 국정 동력을 잃었던 윤 대통령이 과감한 쇄신책으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인적 쇄신의 폭과 내용, 김건희 여사 문제를 어떻게 풀지 여부 등이 쇄신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 인적 쇄신을 위한 인재 물색 및 검증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내달 예산안 처리가 마무리되는대로 조각을 위한 인사 정국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에서는 이미 광범위한 인사 자료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과 대통령실 등에서 예상보다 큰 폭의 인사 쇄신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각에서는 국무총리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재직해온 데다가, 지난 총선 직후 사의를 표명하기도 해 교체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후임으로는 6선의 주호영 국회부의장, 5선의 권영세 의원, 호남 출신인 이정현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깜짝 발탁 전망도 나오지만 총리는 국회 표결을 통과해야 하는 자리인 만큼 여소야대 국면에서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넘길 수 있는 인물의 발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정권 출범, 또는 초기부터 함께해온 '장수장관'들의 교체도 예상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다. 이와 함께 장기간 공석인 여성가족부 장관 인선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참모진 개편도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목한 이른바 '김건희 라인' 인물들을 얼마나 정리하는지도 관심이다.
'김건희 라인'으로 분류됐던 강훈 전 정책홍보비서관은 한국관광공사 사장 지원을 자진 철회했다. 한 대표가 '낙하산'으로 지목하고 윤 대통령에게 임명 반대 뜻을 전한 인물이다. 그는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지원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음주운전' 징계 후 복귀했던 강기훈 국정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도 최근 사의를 표했다. 강 행정관은 이른바 윤 대통령과 권성동 의원의 '체리 따봉' 텔레그램에 이름이 언급됐던 인물이다. 음주운전으로 지난 9월 인사혁신처에서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았는데 징계가 끝난 후 복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지금이 그만둬야 할 때라고 판단이 서서 사직했다"고 했다.
대통령실 내 비선 라인으로 거론된 참모들은 이들 말고 더 있다. 여권 내 일각에서는 실체가 불분명한 '김건희 라인'으로 분류해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국정 동력을 살리는 차원에서 논란이 됐던 인사들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건희 여사 대외 활동 중단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달 제2부속실이 공식적으로 출범하긴 했으나, 올 연말까지는 별다른 대외 활동을 계획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중단을 어느 정도까지 실천할지도 관심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가 특별감찰관을 추천하면 임명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다만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위헌적이라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어, 향후 재의요구권 행사 이후 여론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두고봐야 할 상황이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후반기 새로운 국정 핵심 과제로 '양극화 타개'를 전면에 내걸었다. 기존의 의료·교육·연금·노동 4대개혁 및 저출생 대응 등 국정 과제와 연계해 민생 해법을 계속해서 내놓겠다는 것이다. 정책으로 정국을 정면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우선은 소득 격차, 교육 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춰 정책적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금성 지원보다는 재취업을 위한 직업교육 등 제도적 보완책 등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극화 타개를 위한 정책은 경제 관련 이슈들도 있고, 비경제적 이슈들도 있다"며 "부처별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서 대통령실에서 종합적으로 윤곽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년 연초에는 대통령이 양극화 타개 관련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쇄신 의지를 밝힌만큼 구체적인 쇄신책이 나올 것으로 본다"며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쇄신책을 적기에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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