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되자 미국 주요 언론들은 가결 여파와 전망을 분석하는 기사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미 언론들은 비상계엄이라는 '도박'의 실패가 탄핵소추안 가결로 이어지면서 향후 몇 달간 한국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시점에 발생한 리더십 공백 상태가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짚었다.
이렇다 할 정치 경험이 없이 권력의 정점에 올랐던 윤 대통령의 이력을 조명하며 '충격적 몰락'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한국이 최근 몇 년 중 가장 격동하는 시간 중 하나를 보낸 후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 탄핵소추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식히고 누가 국정을 이끌지에 대한 몇 가지 의문을 없앨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WSJ은 이번 계엄 사태 뒤 한덕수 국무총리 등 고위 각료들과 관련한 "다양한 형사적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리더십 공백의 잠재적 위험은 남아있다"고 짚었다.
WSJ은 헌재의 탄핵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명확한 선두주자"라고 소개했다. 다만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고 있다고도 짚었다.
미국 CNN방송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도박'이 실패했다면서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수 개월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시도가 "아시아의 활기찬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의 많은 이들로 하여금 그의 퇴진을 요구하게 만들었다"면서 "그의 도박이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고 전했다.
CNN은 "법률에 따라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지만 그 역시 비상계엄과 관련해 수사선상에 오르는 등 정치적 문제들에 직면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이어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자 동아시아의 가장 중요한 경제권의 하나인 한국이 앞으로 수 개월간 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과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탄핵소추안 의결 뒤 헌재 심판 등 과정을 소개하며 "한국은 이제 장기적인 불확실성의 기간에 돌입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WP는 헌재의 탄핵 심리 동안 한국은 '마비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며, 이같은 한국의 '리더십 공백'은 미국의 정권 교체에 따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와 맞물려 발생한다고 짚었다.
이어 이러한 권력 공백 상황은 한미 관계에서 한국을 약한 쪽에 놓을 가능성이 있으며 외교·무역 정책과 관련한 조율에 신속히 대응하는 한국의 능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평생 검사로 일하다 권력의 정점에 오른 윤 대통령의 이력과 낮은 지지율에 시달린 2년 7개월의 임기를 조명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충격적인 계엄령으로 탄핵(소추) 당한 한국 지도자"라고 표현하며 탄핵소추를 두고 "정치적 무명에서 권력의 정점에 오른 인물의 충격적인 몰락"이라고 짚었다.
AP는 윤 대통령의 재임 기간이 여소야대 국회와의 끊임없는 마찰, 북한의 위협, 자신과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일련의 스캔들로 얼룩졌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그가 충동적이고 비판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며 강성 충성파의 조언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가 위협받고 있다는 모호한 주장으로 계엄령 하에 군대를 투입하는 당황스러운 결정으로 그의 수십 년 성취가 산산조각이 날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가 광범위한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국가를 헌법적 위기에 빠뜨린 뒤 그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면서 "그의 임기는 거의 끊이지 않는 시위와 정치적 교착상태로 얼룩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취임 이후 불거진 각종 논란을 시기별로 정리한 별도 기사도 내놨다.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한 결정, 방미 당시 불거진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자막 논란, 이태원 참사 대응, 의대 정원 증원 추진 논란 등이 포함됐다. NYT는 "짧은 계엄 전에도, 그는 잇단 스캔들과 인기 없는 결정으로 한국 역사상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고 평했다.
WP는 윤 대통령이 정치적 양극화가 심한 한국에서 임기 초부터 낮은 지지율로 고전했지만, 지지층을 확대할 수 없었다면서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그럴 의지를 보이지도 않았다는 평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가 "정치적 청탁을 대가로 한인 목사에게서 디올 핸드백을 받았다는 논란 등 김 여사와 관련한 스캔들에 휩싸여왔다"고도 지적했다.
CNN도 윤 대통령에 대해 "검사 출신의 보수정치 선동가(conservative firebrand)"라며 "2년여의 재임 중 낮은 지지율, 아내 문제와 인사 난맥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