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호 붕어 집단폐사 원인 발표에 어민들 반발…"본질 왜곡"

"폐사 지역 축소·은폐하고, 독성 황화수소 영향 폄하" 주장
"국립환경과학원 배제한 재조사·피해보상 특별법 제정" 요구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 붕어 집단폐사 원인이 '붕어 면역력이 약해지는 시기에 호수 저층(低層) 유기물이 분해되며 산소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라는 9일 정부의 조사 결과에 대해 어민들이 "사태의 본질을 축소·은폐하려는 기만적인 발표"라고 반발했다.

인제군 남면·소양호 어업계는 이날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발표에 대한 반박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객관적인 과학적 증거를 외면하고, 관리 부실의 책임을 '복합적 요인'이라는 모호한 말장난으로 덮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양호에 떠오른 붕어 폐사체. 연합뉴스

어민들은 우선 정부가 어류 폐사량과 폐사 지역을 축소·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어민들은 양구대교부터 38대교 상부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사체를 수거했음에도 기후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어류 폐사량은 언급도 하지 않았고, 대량폐사 지역과 제한된 퇴적물 준설지점 또한 38대교 인근으로 한정해서 발표했다"며 "이는 관리 주체의 책임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축소·왜곡한 명백한 은폐 시도"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강댐지사는 집단폐사가 언론에 공개된 4월 중순부터 이례적으로 수위를 급하게 낮추기 시작했고, 김성환 장관 현장 방문일(5월 15일)에는 관리 최저 수위인 178m를 조성했으며, 국립환경과학원은 어류폐사가 거의 진행되지 않는 시점에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며 "이는 사고 현장이 아닌 다른 현장을 검사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또 어민들이 의뢰한 강원대 환경연구소 부설 어류연구센터에서는 황화수소가 1L당 최고 519㎍이 검출됐지만, 기후부 조사에서는 1L당 0.003∼0.002㎎ 수준으로 미량만 검출된 것으로 나타난 결과에 관해서도 "과학적 증거를 무시한 원인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이상 증상이 나타난 소양호 붕어들. 인제군 남면어업계 제공

어민들은 "국립환경과학원 스스로 퇴적층 공극수(토양이나 암석의 빈틈에 스며 있는 물)에서 황화수소가 검출됐음을 인정했다"며 "붕어류는 저층에서 먹이활동을 하므로, 퇴적층의 황화수소는 폐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도 이를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로 폄하하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희석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어민들은 "수산질병관리원의 폐사체 검사 결과 독성 물질에 의한 전형적인 질식사 소견이 나왔음에도 기후부는 이를 산소 부족과 에로모나스균 감염이라는 복합 요인으로 둔갑시켜 근본적인 환경 독성 문제를 질병 문제로 둔갑했다"고 했다.

이들은 "저산소층이 발생한다는 건 결국 호수 밑바닥이 썩고 있다는 뜻이며, 현재도 소양호 여러 곳의 바닥에서 가스와 독성 황화수소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기후부에서 발표한 조치방안은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어민들은 "정부는 편향된 조사 결과를 발표한 국립환경과학원을 배제하고, 제3의 외부 전문 기관을 통한 전면 재조사를 즉각 실시하고, 고농도 유기물 퇴적층에 대한 전면적인 준설을 국책 사업으로 즉각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또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피해 어민에 대한 실질적인 배상 이행과 함께 근본적인 구제책 마련을 위한 피해 보상 특별법을 즉각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