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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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달리는데… 아세안과 회담서 큰 진전 못 거둔 중국

미국의 동맹 외교 대응을 위해 중국이 아세안 국가들과 개최한 회담에서 사실상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주 충칭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외교 장관들과 가진 회담에서 관계 격상과 남중국해 분쟁 해역 등에 대한 논의 진척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왕 부장은 회담에 앞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과 아세안의 관계를 전면적인 전략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양측 협력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자”라며 “남중국해의 안정을 유지하며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는 일방적인 행동을 피하기 위해 ‘남중국해 행위 준칙(COC)’을 마련하자”고 촉구했다.

 

하지만 8일 발표된 중국과 아세안간 공동성명에선 중국의 이 같은 요구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양측은 공동성명에서 “중·아세안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더 진전시키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며 중국의 관계 격상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국이 아세안 국가에 제안해 2021년을 타결 시한을 정한 COC는 이번 공동 성명에서 아예 빠졌다. 양측은 2002년 영유권 분쟁 악화를 막기 위한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행동선언’을 채택했고, 구속력 있는 이행 방안을 담은 행동준칙(COC)을 2021년까지 타결키로 한 바 있다.

 

중·아세안간 회의 결과는 아세안이 미국을 의식하고, 반중 정서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싱가포르 이샤크연구소가 지난 2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동남아 국가의 중국 불신 정도는 63%였다. 2019년 51.5%, 2020년 60.4% 등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 대한 불신은 2020년 49.7%에서 올해 31.3%로 줄었다. 중국국립남중국해연구소 천샹먀오 부연구원은 “중국이 정치와 안보 분야에서 광범위한 협력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세안은 미국을 괴롭히지 않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보다 신중할 수 있다”며 “아세안은 강대국 간 균형정책을 추구해왔는데, 아세안이 중국에 더 가깝게 기우는 것으로 미국이 받아들인다면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