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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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보훈의 달' 맞았지만 계속되는 천안함 생존자에 대한 모욕

14일 천안함 생존자 함은혁씨가 서울 강남구 휘문고등학교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휘문고 교사 정모씨는 지난 10일 천안함 관련 욕설·막말을 했다. 뉴스1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추모하고자 지정된 호국보훈의달인 6월을 맞았지만 천안함 피격사건 관련 생존자들에 대한 모욕과 막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휘문고등학교의 과학교사 정모씨를 “천안함이 벼슬이냐”라며 “천안함이 폭침이라면 파직에 귀양 갔어야 할 함장이란 XX가 어디서 주둥이를 나대고 XX이냐”라며 막말을 내뱉었다. 나아가 그는 천안함을 세월호 사건과 비교하며 욕설을 서슴지 않았다.

 

이후 이 글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퍼지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라는 이가 이러한 글을 작성했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이에 정씨는 해당 글을 삭제하고 “오랜 기간 군인이라는 국가의 공적 역할을 수행했던 분에 대해 저의 짧은 생각을 지나치게 과도한 욕설과 비난으로 표현했던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고 사죄했다.

 

소식을 들은 최원일 전 천안함장은 정씨를 이날 경찰에 고소했고 “선처는 없다”며 경찰 고소 입장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휘문고 측은 정씨를 반 담임교사 직에서 직위 해제했고 “전체 선생님들에게 수업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언어사용에 신중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6월 들어 천안함 생존자들에 대한 모욕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일 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조상호 변호사는 한 방송에 출연해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해 ‘수장’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14일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휘문고 교사 정모씨에 대해 명예훼손과 모욕죄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한 뒤 접수증을 들고 있다. 정씨는 지난 10일 천안함 관련 욕설·막말을 했다. 뉴시스

당시 조 변호사는 채널A ‘뉴스톱10’에 출연해 “천안함 함장이 당시 생때같은 자기 부하들을 다 수장시켰다”고 발언했다. 조 변호사의 발언은 곧바로 논란이 됐고 그는 페이스북에 “도대체 뭐가 막말인가”라며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몰라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군사 격언이 있다”는 글을 썼다. 이후 조 변호사는 다른 글을 통해 “제 표현 중 혹여 순국한 46 용사의 유가족, 특히 아직도 시신조차 거두지 못한 6인의 유가족과 피해 장병들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 깊게 받아드린다”고 사죄했다.

 

또한 지난 9일 ‘조국백서’의 저자인 고일석 작가는 페이스북에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비하하는 글을 작성했다가 논란이 되자 사과했다.

 

그는 “어이, 최원일 씨. 천안함 병사들은 네가 수장시킨 게 아니라 북한이 수장시킨 거니 그거 사과하라는 소리냐”라며 “너한테 싫은 소리 하면 그게 천안함 장병들 모욕하는 거냐”라고 적었다. 이어 “경계 잘못해서 생때같은 병사들 다 희생시킨 지휘관이 이렇게 고개 빳빳이 들고 다니며 막 삿대질하고 다니고 그러냐”라며 “육군에서 철책 뚫린 지휘관이 이렇게 설치고 다니는 경우 있나”라고 덧붙였다.

 

이후 그는 “더욱이 진실을 다루고 진실을 파헤치는 일을 자임하는 사람으로서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한 채 과도한 비난의 글을 올린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천안함 유족과 생존 장병, 그리고 최원일 전 함장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