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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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김포공항 이전' 공약에 정치권 '시끌'

이재명-이준석 정면충돌…여야 서울시장 후보들도 공방 가세
제주지역 민주당 후보들은 불편한 기색도…이준석 "집단 멘붕"

6·1 지방선거를 나흘 앞둔 28일 정치권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내놓은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두고 곳곳에서 설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김포공항 이전이 제주 관광산업에 불러올 부작용을 부각하며 공세를 폈지만 민주당 측은 오히려 제주 관광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여권이 정치적 이유로 반대를 한다고 응수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제주지역 후보들 사이에서는 이 지사가 이 문제를 쟁점화한 것이 불쾌하다는 듯한 반응이 나오는 등 민주당 내 잡음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 이준석 "망언" vs 이재명 측 "거짓 선동"…김포공항 이전공항 격돌

이번 이슈는 최근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발표하면서 점화됐다.

김포공항을 인천 국제공항으로 통합하고 인천 계양과 경기 김포, 서울 강서 일대 수도권 서부를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는 제주관광을 위축시키는 공약이라면서 "완전한 망언" 등의 격한 표현으로 비판하면서 충돌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공세의 선봉에 섰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제주도 관광을 말살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에 더해 이날은 인천시 계양구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무성의한 두서없는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김포공항을 이전하면 강남지역 주민은 청주, 워커힐 동쪽 주민은 원주공항으로 가면 된다고 한 것은 완전한 망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양을에서 선거운동을 이어가던 이 대표는 오후에는 직접 제주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관광을 말살하는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페이스북에선 이재명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과 관련해 공개토론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 측은 이준석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을 '거짓 선동'으로 규정하며 반박에 나섰다.

이 후보 캠프의 김남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선무당이 사람 잡고, 빈 수레가 요란하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한다"며 "이 대표가 주장하는 것은 교통정책의 ABC도 모르는 낯 뜨거운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김포공항 이전으로 인한 수도권 서부대개발은 SOC투자로 교통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면 이뤄낼 수 있다"며 "인천공항으로 연결되는 GTX-D Y노선을 추진해 서울에서 인천공항까지 빠르게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책임한 여당대표의 언행 앞에 국민 여러분의 실망과 한숨만 늘어간다. '아니면 말고' 식의 이준석식 비방이 구역질이 난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여야 서울시장 후보들도 격돌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서울 성동구 유세현장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송영길 후보의 이번 공약을 겨냥해 "표를 의식해 약삭빠른 공약을 내놓는 경향이 있다"며 "지도자감이 맞나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송영길 후보는 페이스북 글에서 "근처 KTX로 제주도를 이용한다면 더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흑색선전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민주당 제주 후보들 미묘한 기류…이준석 "집단 멘붕"

여야간 치열한 공방과 별도로 제주지역 지방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 사이에서는 이 문제가 부상하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의 공세에 반박하는 듯한 형식을 취했지만 이면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이 이슈를 꺼내든 것 자체가 부적절한 것 아니었느냐는 불만도 감지됐다.

민주당 제주도당과 오영훈 제주지사 후보 선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의 갈등 조장 프레임이 도를 넘었다"며 "제주의 미래와 제주도민의 자주권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이준석 대표가 SNS에 짧게 올리는 갈라치기 조장 글에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물론 민주당 송영길 후보와 이재명 후보에게 (제주의 미래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송 후보와 이 후보의 의제 설정이 달갑지 않다는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제주 지역에서 우세한 판세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다시 쟁점화하는 것이 선거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는 회견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번 공약은 대선 과정에서 송영길 후보가 주장하던 내용으로, 당시에도 이미 논의 과정에서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당 공약에 넣지 않기로 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캠프나 송영길 캠프가 자기 선거구에 대한 정책발표는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민주당의 정책으로 채택되려면 절차적 단계를 밟아야 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안은 (각 캠프 내에서 이뤄진) 정책 구상의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내부 혼선이 이어지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은 아무리 봐도 제정신이 아니다"며 "서울시장 후보와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콜라보'로 뜬금포 공약을 내고 제주도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집단 멘붕 같다"고 적기도 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