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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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여파 본격화… 가계·기업대출 연체율 상승세로

5대 은행 모두 연체율 높아져

中企 2022년 12월 연체율 0.28%
3개월 전보다 0.05%P 올라
가계는 0.19%… 0.03%P ↑
주담대·신용대출 모두 상승

급격한 대출금리 인상 영향
커진 이자부담 제때 못 갚아
일각 “한계기업 속출” 우려도

시중은행의 주요 대출상품 연체율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제때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해 12월 기준 가계 및 기업대출 연체율 평균은 3개월 전보다 일제히 상승했다.

이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9월 0.23%에서 12월 0.28%로 0.05%포인트 상승했다. 소상공인이 많이 이용하는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평균은 같은 기간 0.18%에서 0.24%로 0.06%포인트 올랐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가계대출 상환 부담도 커졌고, 이로 인해 연체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 평균은 같은 기간 0.16%에서 0.19%로 0.03%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0.12%에서 0.15%로, 신용대출은 0.24%에서 0.28%로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율은 코로나19 이전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로나 직전인 2019년 12월 중소기업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의 연체율은 각각 0.44%, 0.29%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위축에도 당국이 저금리를 유지하고 취약 채무자에 대한 적극적 금융지원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체율이 상승 중이라는 점이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6월까지 큰 변화가 없다 9월부터 반등해 12월에는 연초(0.16%) 대비 0.08%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중소기업대출도 6월 연체율이 0.20%로 연초(0.23%)보다 떨어졌으나, 9월 0.23%, 12월 0.28%로 급격히 올랐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급격히 오른 대출금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5개월여 사이 총 10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 기간 0.50%였던 기준금리는 3.50%로 무려 3%포인트 높아졌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도 들썩였다. 한은에 따르면 예금은행 대기업대출(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과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지난해 1월 3.03%와 3.52%에서 12월 5.32%와 5.76%로 각각 2.29%포인트와 2.24%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중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도 같은 기간 0.79%포인트와 2.69%포인트 올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1월 관련 보고서에서 올해 민간부문 대출이자 부담이 지난해보다 33조6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시 기업의 대출이자 부담이 약 2조원 늘어난다고 추산했다. 3%로 환산하면 24조원이다.

고금리에 경기침체가 겹쳐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기업은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4%로 2년 6개월 만에 역성장했고, 올해 연간으로는 한은이 제시한 1.7% 성장률 달성도 불투명하다. 한은은 지난해 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앞으로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매출 회복세 둔화, 금융지원정책 효과 소멸 등이 겹치면 자영업자대출 중 부실 위험 규모가 올해 말 4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 관계자는 “자영업자대출 부실위험 축소를 위해서는 취약차주의 채무 재조정을 촉진해야 한다”며 “정상 차주에 대해서는 금융지원조치의 단계적 종료, 만기 일시상환 대출의 분할상환 대출 전환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