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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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부채 한도 증액’ 팽팽한 대치… 바이든·매카시 협치할까

공화당, 정부 재정지출 삭감 요구
바이든, 디폴트 위기 재연 우려
“의회에 인질로 잡혀선 안 돼” 강경
대치 길어질 경우 경제적 대혼란
2월 1일 만나 돌파구 모색 전망

‘미국이 정부부채 한도 초과 위기를 또 한 번 극복할 수 있을까.’

 

최근 글로벌 시장이 주목한 주요 질문 중 하나다. 이는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지난 19일(현지시간) 한도인 31조4000억달러(약 3경8559조2000억원)를 초과했기 때문.

케빈 매카시 신임 미국 하원의장(왼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UPI·AP연합뉴스

현 상황은 정부 재정 지출 삭감을 요구하며 부채 한도 상향을 거부하고 있는 공화당과 조 바이든 행정부가 벼랑 끝 대치를 하는 형국이다.

 

NBC방송은 30일 “바이든 대통령은 2011년 부채 한도 관련 위기의 경험을 교훈 삼아 공화당과 어떤 협상도 하지 않는 것을 기본 입장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1년은 부채 한도 상향 관련 역대 최악의 해로 미국인에게 기억된다. 당시 하원을 주도한 공화당 의원들이 부채 상한선 인상안 통과를 거부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리자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 영향 속 미국 주가는 15% 이상 폭락했고 이를 회복하는 데 반년이 걸렸다. S&P가 미국 정부에 부여한 신용등급은 지금까지도 AA+에 머물러 있다.

사실 미국 정부의 디폴트 위기는 특이한 상황이 아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움츠러든 경제를 살리기 위해 파격적 감세와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을 감행했고, 이후 매년 재정적자 행진 중이다. 국가부채도 당연히 매년 증가했다.

 

다만, 연방정부는 의회가 정한 한도를 넘겨 빚을 져서는 안 되기에 의회가 매번 부채 한도에 이를 때마다 이를 증액해주곤 했다. 1960년 이후 증액 횟수가 78회에 달할 정도로 흔한 일이었고, 현재 부채 한도 역시 2021년 12월 의회에서 증액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면서 부채 한도 상향 여부가 다시 이슈로 떠오르자 바이든 대통령은 미리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부통령 때인 2011년의 기억 탓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가 의회에 인질로 잡혀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치가 길어질 경우 2011년 때처럼 큰 경제적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은 정부나 공화당 모두에게 고민거리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다음 달 1일 첫 만남 자리에서 부채 한도 상향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진짜 디폴트 상태에 빠질 경우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 대혼란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될 수 있어서다.

 

매카시 의장은 CBS방송 인터뷰에서 “디폴트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정말 무책임한 것은 지금 민주당이 ‘너희가 그냥 한도를 올리면 된다’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했다.


서필웅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