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이 가렵다. 그것도 손이 닿지 않는 곳이 말이다.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기 위해선 효자손이나 남의 힘을 빌려야 한다. 사람들의 몸뿐만 아니라 이 사회도 가려워한다. 갖가지 요인으로 진통을 겪는 사회가 가렵지 않을 수 없는 법. 이 사회의 부스럼을 말끔히 제거할 효자손을 자처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미술’이다.
지역사회에서 느끼는 문제의식을 미술활동을 동원해 해결해보자며 미술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지난 6월부터 이번 달 말까지 진행되는 <미술로 등 긁기> ‘05 삼백만원 프로젝트’(http://www.outsideart.net)가 바로 그 사업이다. 미술가를 둘러싼 지역사회에서 인식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미술이란 방법을 내 놓은 것도 그렇지만 그 과정의 전제가 더욱 눈길을 끈다. 단 300만원만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간 것.
프로젝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삼백만원이 갖는 의미는 의미심장하다. 이는 프로젝트를 진행 하는 미술가의 한 달 인건비 180만원과 진행 경비 120만원이 합해진 금액이다. 인건비를 미리 정해 놓음으로써 미술가들의 인건비 책정이 작품제작비 지원에 한정되는 현 관행을 비꼬는 것으로, 이번 기획의 타이틀 ‘삼백만원 프로젝트’ 자체가 <미술로 등 긁기>의 물꼬를 튼 셈이다.
개인 블로그를 통해 모든 작업 과정을 공개하는 <미술로 등 긁기>의 기획자 이경복씨는 “공공미술에 대한 활동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작업이 축적되지 않고 개별 사례로 끝나곤 한다. 작가가 지역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이러한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공미술을 하기란 쉽지만은 않다”며 공공미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함을 설명한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여전히 우리는 공공미술을 학습 하고 있는 셈이다. 미술가를 포함한 미술소비자들 역시 이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다. 이 프로젝트가 3년을 목표로 진행 되고 있는 것도 여러 사례를 축적해 미술소비자들이 함께 경험하고 배우는 과정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라고 전한다.
7명의 작가와 기획자가 팀을 이뤄 각기의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진행 형식도 이색적이다. 아파트 주민들의 이용공간을 활용한 문화예술 서비스, 철거예상 지역 주민을 위한 쉼터 디자인, 서교동 정류소를 이용한 작업 등 그들의 작업은 모두 지역사회와 맞닿아 있다. 그동안 늘 회자되어 오던 문제가 아닌 우리 주변을 세심하게 둘러본 이들만이 끄집어 낼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고민들이다.
이 고민들이 우리네 사는 곳, 지역사회와 연결되어 있기에 접근이 용이할 법도 하지만 이 집단으로서는 세상이 만만치 않다. 처음 국립현충원 외곽담장 페인팅 작업을 위해 뭉쳤던 작가 이기일씨와 기획자 최금수씨(프로파겐더팀)는 프로젝트 진행 불가 통보를 접해야만 했다. ‘국립현충원 외곽담장 투시형 휀스 교체 및 출입문 개방청원’ 계획에 따라 페인트 작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라는 집단을 위해 첫 시도를 한 것인데 아쉬울 법도 하다.
미술가 이기일씨는 “실질적으로 지역과 부딪쳐 가면서 많은 경험을 했다. 지역민들을 직접 만나고 대화도 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일들이 모두 바깥미술의 일환이다”고 말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들이 바깥미술을 향한 발걸음임을 전한다. 열린 화장실로 방향이 정해진 프로파겐더팀은 끊임없이 사회와 소통하며 그 간극을 미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메우려는 시도를 했던 것이다.
화장실을 열린 공간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계속 이어진다. 바로 ‘방배3-화장실프로젝트팀’(작가:김연태, 기획자:윤태건)의 작업을 통해서다. 이들은 작업실 건물 화장실에 이용자가 선호하는 애장품 등의 이미지를 설치해 ‘이용자들을 위한’ 화장실 만들기에 나섰다. 낡은 화장실의 개보수와 함께 화사하게 변화된 타일, 세면대 등을 보니 현실적 가치와 심미적 가치가 동시에 만족된다. 설치된 이미지가 주민들의 애장품으로 완성된 화장실이라니 더욱 애착을 갖게 되리라.
바깥미술, 즉 미술가들이 미술 작업을 하는 공간적 한계를 뛰어 넘음으로써 지역사회와 친밀하게 소통하는 과정을 지켜본다는 것은 흥미롭다. 특히 블로그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동안 완성된 작품만을 음미하던 소비자들에게 작업의 모든 과정을 공유하며 능동적인 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점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하다.
나를 포함한 이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과 갖가지 문제로 긁어 부스럼을 가지고 있다. 이 부스럼을 없애기 위해 소수를 볼 줄 아는 섬세한 눈과 그 고민을 공론화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이를 위한 문제제기의 목소리는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것이 ‘미술’이라 한들 누가 막을쏘냐.
중앙대신문 김선영 기자 cybersy@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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