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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오골계 “피난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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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사육장 논산 지산농원 AI 비상
옮겨갈 곳 못 찾아 모두 살처분 당할 위기
◇충남 논산 지산농원 이승숙 대표가 16일 농장에서 AI로 위기에 처한 오골계를 보살피고 있다.
“피난할 곳도 없고, 앉아서 당할 수도 없습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천연기념물 265호인 ‘오골계’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유일의 오골계 지정 사육장인 충남 논산시 연산면 화악리 지산농원이 AI가 발생한 전북 익산에서 30㎞ 안팎의 위험지대에 놓였기 때문이다. 직접 감염되지 않더라도 주변에 있는 양계장 가운데 AI 의심사례가 발생하면 방역권에 편입돼 모두 살처분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보다 못한 문화재청은 지난 13일부터 안전지대로 대피시키려 했으나 이마저도 마땅한 피난처를 찾지 못해 난감한 입장이다. 강원도 산간과 서해안 무인도 등지를 수소문했지만 AI 차단에 비상이 걸린 지자체마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산농원에는 현재 종계 2000마리와 병아리 5000마리 등 7000마리가 전통 오골계의 명맥을 잇고 있다.

이들 대가족은 AI가 기승을 부린 2006년 12월에도 경기 동두천 소요산과 인천 무의도에서 이듬해 3월까지 피난살이를 했다. 하지만 첫 피난처였던 경북 봉화에서는 주민 반발로 하루 만에 되돌아왔고, 동두천에서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최후통첩을 받는 등 설움을 맛봤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부득이 16일 마을 입구에 소독시설을 설치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또 주변지역에 AI가 발생하더라도 오골계를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농림수산식품부에 요청했다.

지산농원 측도 사람 출입을 막기 위해 오는 26일 열려던 ‘제6회 연산 오계 문화제’를 연기하는 등 비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승숙(46) 대표는 “2003년부터 목초액·황토 등에 미생물을 섞은 특수사료로 면역성을 강화시켜왔기 때문에 오골계가 AI에 감염될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그러나 “AI 발생지역의 가금류를 무조건 살처분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라며 “피난할 곳도 없어 그저 주변에서 AI가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논산=임정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