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6일 핵 프로그램 신고서를 주중대사관을 통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2단계 조치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됐다. 2002년 10월 발발한 제2차 북핵 문제가 5년9개월 만에 비로소 핵 폐기 논의에 진입한 것이다.
불능화와 신고로 대변되는 비핵화 2단계 조치는 북한의 핵 능력을 동결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일정 기간 동안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은 7월 초 6자회담을 열어 북한의 핵 능력을 제거하는 협상에 돌입한다. 통일연구원 최진욱 선임연구위원은 “비핵화 협상의 의제가 플루토늄 생산 중단과 능력의 불능화에서 플루토늄 보유량 검증, 보유 핵무기 및 플루토늄의 폐기와 반출, 핵시설 폐기 등 진일보된 의제로 발전하게 됐다”고 2단계 완료의 의미를 평가했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의 여정은 앞으로 더 험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 교수는 “전체 비핵화 과정에서 30% 정도를 마쳤다고 볼 수 있다”면서 “신고 내용을 폐기 하는 협상에다 핵무기와 신고하지 않은 부분을 논의할 필요가 있고, 비핵화를 검증할 사찰체제를 만드는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공식 신고서에 포함되지 않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핵확산, 핵무기 문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3단계 논의와 관련,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을 해외에 반출해 북한 내 어떠한 핵 프로그램과 핵무기도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이제까지보다 더 길고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일단 2단계 조치 완료로 막대한 정치·경제적 이득을 챙겼다.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 해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조치까지 이끌어내며 정상국가가 되는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북미관계도 진전시켰다.
이 여파는 한반도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의 진전 속도가 달라 우리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북측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이 계속되면 남북관계뿐 아니라 6자회담, 향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잡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안보연구원 전봉근 교수는 “‘비핵·개방·3000’ 정책의 실천 과정을 6자회담 프로세스와 조화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3000’을 위한 전제조건들이 완화되거나 단계적 실천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