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제출 시한(지난해 말)을 6개월 가까이 넘긴 26일 핵 프로그램 신고서를 제출하기는 했지만, 엄밀히 봤을 때 이는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에 대한 신고서로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기로 한 기존 6자회담 합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북한과 미국이 비공개 양해각서로 다루기로 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은 물론, 핵무기 부분도 빠져 있다. 차기 6자회담과 북미 간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검증 문제는 더 난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플루토늄 문제만 하더라도 검증 과정에서 불일치 문제가 불거진다면 북핵 국면은 순식간에 미궁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최대 변수 검증=검증은 북한의 신고 내용이 완전하고 정확한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 과정에서 북한의 허위신고나 축소신고가 발견될 경우, 북핵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가장 시급한 것은 검증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6일 “미국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의회에 통보한 뒤 45일 안에 검증체제가 확립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글랜수정법 면제 법안이 확정될 경우 법안 발효 후 15일 이내에 국무장관이 신고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검증 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45일 안에 검증체제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를 취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협조 여부다. 민감한 시설에 들어가서 시료를 채취하고 관계자 증언도 들어야 한다. 이를 북한이 허용할 것이냐가 문제다. 1992년 1차 북핵은 여기에서 터졌다. 그 이후로는 한 번도 하지 못한 작업이다.
이를 위해 검증의 범위와 수준, 주체 등을 차기 6자회담에서 정해야 한다. 국방연구원 김태우 선임연구원은 “검증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준이며,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검증은 45일 만에 끝날 수도,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협정 수준의 검증도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AEA의 안전조치협정에서는 최소한의 무작위 사찰과 원격감시장비 활용 확대 등이 사용된다.
◆미신고 부문 처리=UEP와 핵 확산 문제의 처리 방법이 우선 결정돼야 한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 4월 싱가포르 회동에서 이를 비공개 합의의사록으로 다루기로 했다. 이에 따라 6자회담에 제출하는 공식 신고서에서는 빠졌다. 법리적으로 따지자면 이는 북미 간 문제가 됐기 때문에 6자회담에서 다룰 수 없는 사안이 된 셈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UEP와 핵 확산 문제도 궁극적으로 모든 검증과 감시의 대상이라는 원칙이 있지만, 비공개 합의로 된 것을 어떻게 여러 나라와 협의할지는 구체적으로 얘기된 바 없다”고 말했다.
UEP가 검증 영역으로 들어갔을 때는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북한이 먼저 UEP 관련 시설을 공개해야 하고 미국이 갖고 있는 증거를 확인해야 한다. 북한이 부인하고 있는 원심분리기의 존재도 확인해야 한다. 이는 군사시설 안에 있을 가능성이 커 더욱 어려운 문제다.
2·13 합의에서 빠진 핵무기 처리 문제도 난제 중의 난제다. 2005년 9·19 공동성명 때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 포기’에 합의했지만, 2006년 핵실험 이후에는 핵무기를 핵군축 차원에서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를 미국이 받아들여 2단계 비핵화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북한은 이를 근거로 폐기 논의에서도 핵무기 관련 사안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할 공산이 크다. 폐기 협상을 최대한 오래 끌면서 잠정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다.
이상민·조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