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닷컴] “원래는 저도 여성스러운 성격이었어요.”
‘B형 여자’ 오승은은 ‘쿨’하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매듭이 지어진 듯 분명하고 명확하다. 요즘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집이 세지는 걸 느껴, 고민 아닌 고민 중이다. 웬만하면 두루뭉실한 편이지만 자신이 해야된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밀어부친다. 예로, 소속사를 옮길 때 새로운 소속사에도 코디네이터가 있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는 무조건 그동안 함께 일해 왔던 코디 언니와 함께 해야 한다고 우겼다. 9년째 함께 하고 있는 코디는 그녀에게 친언니와 다름없다.
“'의리있다', '전형적인 B형이다' 라는 얘기 많이 들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의사 표현을 똑바로 전달하려고 하고, 좀 더 고집이 세지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연기자로서 솔직한 표현을 하는 것이 연기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
오승은은 엄격하고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해가 떨어지면 반드시 집에 있어야 했고, 모르는 남학생들에게 전화라도 오는 날이면 아버지의 호통이 떨어졌다. ‘여자가 어떻게 행실을 하고 다녔길래’라는 억울한 말을 들을 때는 자신이 ‘여자’가 아니었음 싶었다. 늘 치마에 예쁜 핀을 머리에 꽂고 다니던 그녀는 사춘기인 중학교에 접어들면서 성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머리를 숏커트로 자르고, 남자처럼 행동하며 변해갔다.
"지금도 남자한테 지면 자존심 상해요.(웃음) 남들 앞에서 울거나 여자라고 조금 약한 척도 해볼법한데, 아직도 못해요, 저는."
그동안 그녀는 다양한 연기 변신을 펼쳐왔다. 심각한 공주병에 걸린 역이나(SBS 골뱅이) 청순가련형 모범 여고생이나(영화 두사부일체) 중성적인 매력의 억척녀 ‘오서방’ (MBC 논스톱) 등 모두 하나같이 개성 넘치고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배역이었다.
최근 KBS TV소설 ‘큰언니’에서 똑똑하고, 당차고, 욕심이 생기면 물불 가리지 않는 송인수 역을 맡았다. 고아가 된 후에도 기죽는 일 없이,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불같은 성격이기도 하지만 집안에 아들 노릇을 다하는 상처가 많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송인수 같은 역은 처음이에요. 재미는 있는데, 사실 힘이 들어요. 계속 맞고, 소리 지르고…. 모두 다 감정신이어서 기가 많이 빠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촬영 마치면 지쳐서 체력 관리 잘해야겠다, 싶죠. 원래 촬영 전에는 밥을 잘 안 먹는 편인데 요즘에는 두둑히 먹고 촬영에 임하고 있어요.”
1남 1녀 중 막내로 자란 오승은은 어린 시절, 바쁜 부모님 대신 친오빠의 보살핌을 받았다. 오빠가 유치원도 못가며 동생을 돌봤을 정도.
“여자는 누구나 자신의 마음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 같아요. 요즘 연기하고 있는 인수도 큰언니가 부모의 역할을 한 셈인데, 마음속에 애정이 있으면서도 늘 아픈 말들로 언니의 가슴에 비수를 꽂아요. 대본을 읽으면서 부모님과 오빠에게 괜히 투정부리던 때가 떠올라 공감이 갔죠.”

경북 경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오승은은 학창시절 때부터 연극반 활동을 해오며 연기자를 꿈꿨다.
“고등학교 때 ‘늘푸름’이라는 연극반 단원이었어요. 경상도 사람들은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에너지를 내재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때 연기력 뛰어난 친구들이 참 많았는데…. 그중 유일하게 저만 연기생활을 하고 있죠. 우리 학교 연극반 애들이 당시 꽤 유명했었는데 학교에서는 공부안하고 쓸데없는 짓 한다고 굉장히 싫어했어요. 청소년 연극제에도 참가 못했을 정도였죠. 그래서 우리끼리 모여 몰래 연습하고 했던 추억이 많아요.”
단국대 연극영화과 재학 당시만 해도 자신이 연극, 뮤지컬 배우의 길을 갈 것이라 생각했지 드라마나 영화에 발을 들일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압구정동에서 친구와 밥 먹다가 마침 같은 식당에 있던 매니저에게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
“알고 보니 장동건 씨가 속해 있던 소속사였던 거예요. 장동건 열성팬이었던지라 고민도 안하고 바로 오케이 했죠. 인연이 그렇게 닿더라구요. 지방에서 연예인 보는 일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인데 장동건 씨가 내가 살던 고향에 촬영차 온 적이 있었어요. 얼마나 그때 좋아했었는지 몰라요. 많은 이들은 장동건 씨의 훤칠한 외모를 높이 사지만, 저는 그의 인품이 좋아요. 요즘엔 연예인들 성격 다 드러나잖아요. 특히 연기자들은 인품이 깨끗해야 다양한 색을 담아 낼 수 있어요.”
오승은이 연기자를 꿈꿀 때 엄격하시던 아버지는 오히려 ‘날개를 펴라’ 하시며 적극 지원해주신 반면 어머니는 ‘빨리 시집이나 가라. 팔자 세진다’며 완강히 반대하셨단다. 그 험한 서울에 어떻게 혼자 가느냐며 대학 입학 원서도 찢어 버리신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 반대다. 어디 가서 ‘오승은 엄마’라고 누가 알아볼까봐 늘 행동에 신경을 쓰시며 스스로 공인이 되어 조심하신다고.
최근 3년만에 드라마로 컴백한 오승은은 최근 연기에 몰입하고자 ‘무한걸스’에서 하차했다.
“처음부터 출연은 의외였다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예능 프로의 장점은 대중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이죠. 공백이었던 3년 동안 시청자들에게 오랫동안 얼굴을 못비춘거 같아서 쇼 프로그램에 나가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오래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하다보니까 재밌고 멤버들이 다 좋았죠. 너무 서로 친해져서 하다보니까 6개월이 훌쩍 지나가더라구요. 정도 많이 들고 많이 아쉬웠죠. 하차할 때 다들 울고불고 가지마라 붙잡고 그랬는데 요즘 방송 보니 너무 잘 지내고 방송 잘 하던데요.(웃음)”
오승은은 사실 ‘예능 울렁증’이 있었다. 이상하게 즉흥적인 것에 적응을 못했고, 무한걸스 출연 초기에도 적응기간이 조금 필요했다. 잘나가는 연예인들이 다 모였고 다들 웃음을 선사하는데 나는 과연 뭐하고 있을까 싶어 무조건 그냥 솔직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고. 다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생각이 있느냐 물었더니 대답이 단호하다.
“전혀 없어요. 연기해야죠. 무한걸스는 시기상 잘 맞아 떨어졌었어요. 좋은 추억으로 오래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의외로 시청자분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그 감사함을 연기로 돌려드려야겠구나 싶어요.”
오승은의 롤 모델은 선배 연기자 박원숙이다. “존경하고 배우고 싶은 배우예요. 같이 연기해본 적은 없는데 정말 대단하시죠. 팔색조 같은 연기력도 그렇지만, 참 순수하시고 따뜻하세요. 후배들에게 늘 ‘밥은 먹었니’하며 챙겨주시는데 그런 모습이 신인일 때 크게 다가왔던 거였죠. 너무 감동이었어요. 나도 나중에 선생님처럼 저렇게 후배들 아끼고 챙기고 해야지 했어요. 사랑이 충만한 그런 배우이고 싶어요.”
/ 글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 사진 황재원 객원기자 news@segye.com / 장소 제공 린(lynn) 스튜디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