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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원 소설가 |
인천 자유공원 아래 지금 형편으로 보자면 작고 아담한 2층 벽돌 건물에 불과하지만, 당시엔 서울과 제물포에 거주하던 외국인들이 자신의 원활한 교류와 사교를 위해 꽤 모양을 내어 지은 건물이었다.
지난 100여년간의 우리 역사가 다사다난했듯 이 건물의 쓰임새도 당시 역사의 물결에 따라 그때그때 달랐다. 제물포 조계시절엔 외국인들의 사교장으로 쓰였고, 왜정 시절엔 일본재향군인회와 부인회가 이 건물을 사용했다. 광복 직후에 미군장교 클럽으로 쓰이고 대한부인회에서도 이 건물을 썼다.
6·25 때도 건물 주인이 바뀌었다. 북에서 남으로 밀고 내려온 초기엔 북한군의 대대본부로 쓰이고, 유엔군이 참전한 다음엔 미군 사병클럽으로 쓰였다. 그러다가 전쟁이 끝난 다음 시의회, 교육청, 박물관 등으로 쓰이다가 한동안 중구문화원이, 지금은 인천시문화원연합회가 스토리텔링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제물포 개항에서부터 오늘까지 이토록 건물 하나에 우리 역사의 흔적이 그 안에 숨결처럼 스며 있는 것이다. 홀 안으로 들어서면 규모는 작아도 참으로 고색창연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유서 깊고 의미 있는 문화적 공간에서 시인과 소설가와 음악가와 독자들이 함께하는 문학콘서트를 했다.
인천의 새얼문화재단과 새얼문학회가 마련한 이 문학콘서트는 이제까지 내가 보았던 시 소설 낭송회와는 확실히 다른 맛이 있었다. 내가 겪었던 낭독회들은 참가자들이 시와 소설을 또박또박 읽는다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낭송회는 그냥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를 노래하듯 들려주고 소설을 드라마처럼 들려주었다. 가수들의 콘서트 못지않게 재미있었다.
그것도 등단한 시인·소설가들이 아니라 인천에서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조직한 한 작은 문학회에서 그 지역의 가장 유서 깊은 장소에서 저마다의 시와 소설을 신명나게 서로의 말과 소리와 몸짓으로 나누는 것이다. ‘책상 위에 강물을 올려놓고’라는 문학 콘서트의 제목 역시 그날 행사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몇몇 시인, 소설가들과 함께 그 행사에 참여해 내 작품을 내 나름의 방식으로 읽는 동안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일상 생활 속의 문화, 또 그런 문화 속의 피어나는 문학적 향기 같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벌써 5년째 이런 문학콘서트를 해 왔다고 한다. 정말 책상 위에 강물을 올려놓고 손을 씻고 마음을 씻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문학낭독회를 아주 특별한 일로, 어쩌다 한번 있는 일로 여기지만 한 시인이 새로운 시집을 내면 그 시집을 들고 전국의 독자를 찾아 그 지역 광장에서 문학콘서트를 하는 나라들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한 시인의 문학콘서트장이나 어느 가수의 음악콘서트장이나 모여드는 청중들도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우리로서는 참으로 부러운 얘기지만 삶 속의 문화라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며칠 전 내가 보고 참여한 것은 인천 새얼문학회의 콘서트였지만, 아마도 지역마다 무수히 많은 문학단체와 문학모임이 있을 것이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만 모여 시를 나누고 소설을 나누고 나중에 작품집 하나 묶어내는 것으로 활동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지역에서 그 지역 문학인들이 그 지역의 의미 있는 장소에 모여 일반 대중과 함께 이런 문학나눔 콘서트를 한다면 그것은 또 얼마나 향기로운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순원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