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이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재판 진행과정을 담당 판사에게 직접 알아보려 했던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을 담당하는 이 국정원 직원은 이 대통령이 모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심리하는 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공판과정을 확인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할 국정원 직원으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다. 정보 수집 차원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국정원 본연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여 비판의 여지가 있다. 더욱이 그는 법정에서 신원을 묻는 판사에게 기자라고 거짓말까지 했다고 한다.
국정원 해명으로는 직원이 담당 판사에게 전화를 하고 재판을 참관한 것은 맞지만 재판에 영향을 끼치거나 관여할 의도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이 담당 판사에게 전화로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 자체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오해의 소지도 있다. 민사사건이지만 현직 대통령과 관련된 재판이다. 담당 판사에게 심리적 부담을 줄 수 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면 너무 안이하거나 오만한 자세가 아닌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게 돼 있다(헌법 103조). 국정원 직원의 언행이 알려진 뒤 사법부의 독립성과 재판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판사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국정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에 즈음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순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처신으로 국정원 전체의 명예와 이미지를 실추시켜서야 되겠는가. 국정원은 차제에 이런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정보기관의 업무 영역과 구성원으로서의 행동규범 등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과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다짐은 말로만 외칠 일이 아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한 국정원의 다짐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탈정치, 탈권력은 국정원 스스로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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