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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오 국회의장이 14일 국회 의장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개헌을 비롯해 18대 국회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범석 기자 |
―임기 중 개헌을 공언했다. 한나라당 지도부에선 반대하는 기류인데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개헌은 17대 국회에서 18대 때 하기로 국민에게 약속한 사항이다. 당리당략을 떠나 18대 국회 전반기가 제대로 된 개헌을 할 수 있는 최적기다. 다만 일각의 염려처럼 현 체제를 흔들고 개헌에만 몰입하는 인상을 주거나 나라에 혼란을 가져오게 하진 않겠다. 차분하게 해 나가겠다. 개헌을 준비하도록 의장 직속 자문기구를 만들겠다.”
―개헌 자문기구는 언제 만드나.
“각당 추천을 받아 내일이라도 할 것이다. 가급적 빨리 하려 하는데, 일본 교과서 독도 영유권 명기,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터졌는데 오늘내일 던지는 게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야단법석 떠는 식으로 가서는 안 돼 타이밍을 좀 고민해 보려 한다.”
―개헌 논의의 방향은.
“이젠 권력의 독점에서 분점으로 나가는 시대이다. 대통령제로 간다면 지금처럼 내각제가 뒤섞인 형태가 아니라 분명한 대통령제를 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제인) 미국에서는 법안과 예산안을 정부가 제출 못한다. 입법권과 행정권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있다.”
―17대 국회 때부터 정부 감사 기능을 국회로 가져와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자연스럽게 논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수준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였지만 앞으로 개헌 논의에서는 감사원의 위치 문제도 중요한 관점이 될 것이다. 국회로 가라 마라보다도 미국 같은, 이런 제도 입장에서 보자면 국회 쪽으로 가는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거다.”
―제헌절 공휴일 폐지가 제헌절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견해에 대해선.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따라 폐지가 결정됐는데 의장 입장에서 (공휴일로) 해야 한다, 안 한다기보다는 제헌 60주년 맞아 조용히 검토해 보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독도 문제로 일본에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독도 문제와 이 대통령 역사관을 어떻게 보나.
“독일과 프랑스를 보면 독일은 가해자로서 진솔한 반성을 하고 응분의 대가를 치렀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는 이제 독일에게 사과하라는 말 안 한다. 이미 끝났다. 그런데 일본은 단 한번도 사과 같은 사과를 한 적이 없다. 결과적으로 마음의 상처를 씻지 못하게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대통령이 그랬겠나. 사과 받지 않겠다가 아니라 그따위 사과 받지 않겠다는 의미다.”
―남북관계 경색이 지속되고 있는데 북한 정치권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 계획은 없나.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남북정치회담을 제안했는데.
“남북정치회담 취지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다만 선량한 국민이 생명을 잃었는데 이에 대해선 문제 제기하고 절대 이런 일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받아야 한다. 북한도 이제 대한민국 정부의 실체, 대한민국 국민을 같은 동포라고 하는 인식, 생명의 존엄성과 귀중함을 깨달아야 한다. 이번 사건이 북에 아무런 교훈을 주지 못하면 안 된다.”
―남북 간에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겠나.
“남한도 변해야겠지만 북한이 먼저 변해야 한다. 믿을 수 있는 정부라는 인식을 줘야 한다. 김정일 지도부 핵심들도 남한과 관계에서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과거 이상으로 국민 동의 받지 않은 채 접촉에 급급해하는 것은 남북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좀 보수적인가. 정상적인 거 아닌가.”
―여대야소다. 찬반 논란이 뜨거운, 민감한 법안의 경우 직권상정·단독처리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이런 상황에 직면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국회의 모습을 국민이 싫어할 것이다. 촛불시위다 뭐다 해서 국회 신뢰가 얼마나 낮은지 여실히 검증됐는데 또다시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이젠 정치가 끝이라는 비장한 입장을 갖고 있다. 국회도 해가 갈수록 조금씩 나아졌지만 국민 기대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열 가지를 잘해도 몸싸움 한 번이면 끝난다. 여당에 충고하자면 수의 힘으로 하겠다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여당 스스로 인식 전환하길 강력하게 부탁한다. 1996년 노동법 날치기나 2003년 탄핵사태에서 우리는 국민의 동의 받지 못한 정책을 수의 힘으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배웠다.
야당은 오기의 정치, 생떼, 강경일변도의 정치를 하면 안 된다. 정치는 4년에 한번씩 돌아온다. 집권하기 위해선 야당도 바뀌어야 한다.”
―웬만해선 직권상정은 없을 거란 얘긴가.
“그렇진 않다. 확고한 신념 있다. 직권상정은 극히 예외적인 조치로 밥 먹듯, 물 마시듯 해선 안 된다. 다만 지극히 예외적일 때 국민이 요구하는데도 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국민이 절대적으로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을 망설이진 않겠다. 다만 대화와 타협 위한 노력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
―한나라당과 새 지도부가 역점을 둬야 할 일은.
“며칠 전 당적이 없어져서 이야기하기 곤란하지만 국민의 소리에 귀를 잘 기울여야 한다. 10년 만에 정권 잡았다는 것 명심해야 한다. 국민은 참 무섭다. 조금 잘못하면 금방 또 넘어간다. 촛불시위를 보라. 이 정권의 출범에 참여했던 핵심적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소고기 파동 겪으며 국민이 노하면 정권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번 사태는 정부에 좋은 약이 될 것이다.”
―정권 출범 3개월 만에 국정 위기를 맞았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신뢰다. 소통이 부재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난 신뢰 없는 소통은 의미 없다고 본다.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대단히 능력있는 사람이고, 내가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상당히 오픈 마인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난 주저없이 세미나형 리더십이라고 했다. 아주 독특한 리더십이 있고 잠재력 뛰어난 사람이다. 이 고비만 극복하면 잘할 것이다.”
―당선 인사말에서 흑백정치시대 마감하고 컬러정치시대로 나아가자고 했는데.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 승자 독식의 정치는 끝내야 한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국회에서 멱살잡이, 단상점거, 날치기 같은 게 있어 왔다. 국회는 299명 헌법기관이 모여 있는 곳이다. 각자의 고유한 견해, 정책, 민생문제 등을 용광로처럼 녹여내야 한다.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며, 부딪혀가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컬러정치다.”
―헌정사에 어떤 국회의장으로 남고 싶나.
“의사봉만 두들기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국회의장으로 남고 싶다.”
류순열·박진우 기자 ryoosy@segye.com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정연한 논리가 돋보이는 언론인 출신 5선 중진 의원. 지난해 대선 당시엔 선거 공약을 총괄했고, 대통령직인수위 시절엔 부위원장을 맡아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기여했다. 1978년 동아일보 기자 재직 당시 외교안보연구원으로 발탁돼 공직 생활을 시작했으며, 대통령 정무비서관을 거쳤다. 14대 총선에서 민자당 후보로 공천받아 정계에 입문했다. 풍부한 경륜을 바탕으로 한 정책과 정무 능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남 고성(60) ▲경남고 ▲서울대 외교학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선대위 일류국가비전위원장 ▲14∼18대 국회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