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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쑹훙빙 지음/차혜정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2만5000원 |
‘화폐전쟁-21세기의 핵무기 금융공격이 시작됐다 화폐를 통제하는 자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근현대 세계의 역사가 ‘화폐 발행권’을 차지하려는 대 금융자본의 막후 조종에 의해 전개되어 왔으며 향후에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는 음모론을 주장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편저자인 쑹훙빙은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사례 등을 동원하여 금융문제에 대한 음모론을 펼침으로써 독자들의 주의를 끄는 데 성공했다.
화폐의 다빈치 코드로 불리는 이 책에 따르면 미국의 독립전쟁, 남북전쟁, 제1차 세계대전 그리고 에이브러햄 링컨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및 레이건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등 모든 사건이 예외없이 국제 금융자본의 화폐 발행권을 둘러싼 음모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 이상 노예해방이니 독립을 위한 미국의 역사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편저자는 로스차일드 일가로 대표되는 국제 금융자본의 역할에 신비하고 무한한 권력을 부여한다. 이들 금융자본은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과 평화, 번영과 침체를 마음먹은 대로 조종하고 있으며, 지금은 미국 연방은행, 세계은행 및 IMF 등 금융 조직이 금본위제 폐지, 채무 압박, 국제 원유수급 및 대량의 금융 파생상품을 통하여 중동, 라틴아메리카, 동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을 통제하면서 일부 국가의 경제붕괴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1929년의 대공황, 최근 일본의 경제침체, 아시아 금융위기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한다.
수년간 금융업에 종사해온 편저자는 편저라는 집필 기술을 이용하여 절묘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지만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 모순에 빠진다. 첫째는 소위 국제 금융자본과 현대 금융시장 및 기구 간의 치열한 경쟁을 간과하고 있다. 둘째는 유통화폐, 기초화폐, 광의의 화폐 및 국채 그리고 인플레이션 등의 개념을 포함하는 국내 신용과 화폐의 관계를 혼동하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화폐의 발행과 공공 재정의 인과관계를 거꾸로 해석하고 있다. 셋째는 역사적으로 금융위기는 모두 국제 금융자본이 고의로 조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쑹훙빙은 현재 중국에서 나타나는 ‘경제 거품’도 단순한 시장의 자발적 행위가 아니라 국제 금융자본의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음모이며, 따라서 곧 엄습할 국제 금융자본의 습격에 대한 ‘무혈’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플라자 합의에 의해 일본이 경기 침체에 빠졌듯이 중국도 서방의 인민폐 절상 압력에 굴복하면 안 되는 것이다. 결국 개혁 개방 30년을 맞이하는 중국의 외자 도입이나 외자 진입 등은 음모론적 관점에서 보면 궁극적으로 중국에게 손해를 입힌 정책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이 중국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중국의 금융개방에 따른 국제 금융자본의 중국 진입이 과거 서방 역사 해석에 대한 음모론적 관점으로 보면 중국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표출일 것이다. 책은 음모론과 중국의 부상에 대한 서방의 압박에 대한 피해 의식, 그리고 WTO 가입 후의 중국 민간을 지배하는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걱정하는 미래 중국의 금융안전은 외자에 대한 진입 장벽을 쌓기보다는 중국 금융계가 국제경쟁 속에서 서비스 수준과 전문 능력이 강화되어야만 담보될 수 있음을 중국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중국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