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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신형 립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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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볼 때마다 ‘이건 아닌데’ 하는 대목이 하나 있다. 상의 명칭이다. 왜 1, 2위 미인에게 진, 선이라고 이름 붙이고 3등은 미라고 부를까 하는 것이었다. 미인대회라면 1등상의 명칭은 의당 미가 되어야 한다. 진은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미혼 여성학자에게, 선은 그해의 가장 착한 여성에게 돌려야 명실상부하다. 외모 지상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주최 측의 뜻은 짐작하지만 가식적 인상이 짙다.

아름다움을 찾거나 ‘밝히는’ 것을 굳이 천박하고 저질스런 속물주의라고 욕할 까닭은 없다. 예쁜 사람은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그래서 불교에서도 아름다움은 보시(布施)라고 했다. 속인들에게는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도 있다.

얼굴이 예뻐야 시집도 잘가고 취직도 용이한 게 현실이다. 그래서 성형수술이 유행이다. 요즘이 제철이다. 개학하면 학교마다 담임도, 급우도 얼굴을 알아보기 힘든 인조 미인 1∼2명이 탄생한다. 사이비다. 그렇다고 이런 것을 개탄하면 19세기 사람 취급받기 딱 좋다. 자기 돈 들여 자기 얼굴 좀 ‘개·보수’하는 것이 크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이것과 유사한 것으로 립싱크가 있다. 가수가 CD나 테이프 등을 틀어놓고 본인은 입만 벙긋벙긋하며 노래하는 시늉을 하는 것을 말한다. 역시 사이비지만 절도나 표절은 아니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려는 애교가 느껴진다.

노래는 무대 뒤의 제3자가 부르고 본인은 무대 위에서 입만 벌렸다 닫았다 했으면 뭐라고 불러야 할까. 립싱크도 아니다. 이건 숫제 도적질이다.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일이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일어났다. 얼굴이 잘생기지 못한 일곱살의 양페이이(楊沛宜)는 뒷전에서 노래만 불렀다. 무대에는 얼굴이 귀여운 아홉살의 린먀오커(林妙可)가 빨간 드레스 걸쳐 입고 입만 오물오물했다. 붕어다.

양페이이는 아직 프랑스 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소설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는 읽어 보지 않았으리라. 앞으로도 이 소녀에게는 이 책이 손닿지 않게 해야 한다. 시인이자 검객으로 문무를 겸전했으면서도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은커녕 다가가지도 못했던 추남. 그 슬픔을 알면 얼마나 몸부림칠까.

조병철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