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탄 택시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어요. 그 순간 제 시체 옆에서 울고 있는 어머니와 친구들이 보였어요.”
장만호(38·사진) 시인은 2005년 만해축전에 참가하고 돌아오는 길에 대형사고를 당했다.
혼이 빠져나가며 자신의 반평생과 사랑하는 이의 얼굴이 한꺼번에 스쳐갔다. 그는 그 강렬한 느낌을 아직 잊지 못한다.
첫 시집 ‘무서운 속도’(랜덤하우스)에는 죽음에 직면했던 자의 자각이 진하게 배어 있다. 표제시 ‘무서운 속도’가 당시 사고 때 병상에 누워 쓴 시다.
“택시가 완전히 납작해졌어요. 그때까지 삶을 문학적으로만 생각했는데, 실체로서 움켜쥐는 계기가 됐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내 마음은 어디에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교적 깨달음은 아닙니다. 구불구불하면서 변덕스러운 인간의 마음을 항상 인식하게 됐어요. ”
‘무서운 속도’에서 시인은 사고 순간 느꼈던 인생의 심연을 흰수염고래가 심해로 가라앉는 모습에 비유했다. 1초도 안 되는 찰나에 가닿은 삶의 심층을 표현한 것이다.
“수심 4812미터의 심연 속으로 고래가 가라앉으면서/ 이제 저 차 속으로는 물이 스며들고/ 엔진은 조금씩 멎어갈 것이다. 그때까지/ 마음은 어느 좌석에 앉아 있을 것인가.”(‘무서운 속도’에서)
그의 시는 소화하기 쉽다. 미인의 가지런한 치열처럼 외형이 단정한 데다 몽환이 아닌 삶을 노래하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유교경전을 찾아 읽을 정도로 반듯한 것을 좋아하기도 했다.
“제 시는 파도에 마모된 몽돌 같을 거예요. 시상 하나를 오래 굴렸다가 완성합니다. 노트에 한 문장 적어 놓고 석달 동안 고민하기도 해요. 덕분에 체계와 리듬감은 있지만 섬광 같은 충격은 드뭅니다.”
시를 오래 묵히는 스타일 때문에 첫 시집이 늦었다. 200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지 7년 만이다.
“시는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커요. 확신을 가지고 쓰지만, 시는 언제나 제 위에 있습니다. 그래서 시를 함부로 내놓기가 두려웠어요.”
심재천 기자 jayshi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