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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일 사회부장 |
고종황제가 테니스가 국내에 처음 소개돼 서양인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하인들 시키면 될 일을 왜 저렇게 힘들게 하느냐”고 했다는 일화를 연상케 하는 이야기다.
중국의 올림픽 참석은 청조 멸망 한참 후인 1932년 LA올림픽에나 가능했다. 그 중국이 제29회 올림픽을 개최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개최국 중국은 예상한 대로 금빛 메달레이스에서 1위를 달리며 독주하고 있다. 화려한 개막식과 종반전으로 치닫는 각본 없는 스포츠 드라마가 전 세계를 달구고 있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실망스런 일들도 ‘옥에 티’처럼 튀어나오고 있다.
중화주의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일부 행사가 ‘쇼’가 되고 말았다. 개막식 때 밤하늘을 수놓았던 불꽃놀이가 컴퓨터 그래픽이었고, 노래를 불렀던 소녀가수의 노래가 립싱크였다. 개막식 때 중국 내 각 민족을 대표하는 전통의상 차림으로 오성홍기를 들고 하나의 중국을 연출했던 56명의 소수민족 어린이들이 모두 한 예술단 소속의 한족 출신으로 드러났다. 소수민족에 대한 오만함과 무신경한 태도를 전 세계에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 됐다.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메인스타디움 자리는 1860년 2차 아편전쟁 때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불태운 청나라 황제의 여름별장(원명원)터의 일부라고 한다. 서구세력에 유린당했던 굴욕의 땅에서 펼쳐지는 올림픽에서 중국이 더 세련되고 멋진 모습으로 중화문명의 부활을 보여 주고픈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나라의 과도한 민족주의는 이웃나라의 우려와 막연한 공포감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공공연히 ‘강한성당(强漢盛唐)’을 내걸었다. 국영 CCTV는 지난해 말 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다시 한·당으로 돌아가자(重回漢唐)’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중국 역사에서 최고의 성세로 꼽히는 한나라와 당나라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이웃 약소국이었던 우리로서는 한·당시대 황금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곱씹어보지 않을 수 없다. 한무제는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그 땅에 한사군을 설치했다. 당태종은 고구려를 세 차례나 침략했고, 아들인 고종 때는 백제와 고구려를 차례로 멸망시켜 한민족의 영역을 한반도로 축소시켰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2001년 올림픽 개최지 확정 후 ‘동북공정’을 통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고, 올림픽 개최 후엔 제주도 남단의 이어도를 중국땅으로 표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중국 유학생들은 서울에서 벌어진 성화봉송 행사에서 폭력을 서슴지 않는 소동을 벌였다.
베이징올림픽 슬로건인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 중국만이 꿈꾸는 하나의 세계를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무대 전면에 등장한 중국이 이웃나라와 소수민족의 꿈과 희망을 꺾는 중화제국(中華帝國)을 건설하려는야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중국은 올림픽 후 이웃들과 ‘손에 손잡고’ 함께 나가는 진정한 대국(大國)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올림픽의 이상과 정신인 세계평화를 구현하는 길이 될 것이다.
홍성일 사회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