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시론]‘영혼 없는’ MB인사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김성주 성균관대 교수·정치학
이명박 대통령의 ‘회전문’ ‘낙하산’ 인사로 나라 안이 수선스럽다. 집권 초 집중포화를 받았던 ‘고소영’ ‘강부자’ 인사방식이 겉모양만 살짝 바뀐 느낌이다. 야당시절 노무현 정권의 인사를 코드인사라고 맹비난하던 한나라당도 이 대통령의 편향 인사에는 속수무책이다.

이 대통령은 불과 한달여 전 미국산 소고기의 전면 개방에 대한 국민적 저항과 촛불시위로 청와대 수석 전원과 일부 장관을 경질하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첫 조각의 실패가 지난 6개월간의 국정 난맥의 진앙이라는 인식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4월 총선 낙선 인사를 다시 발탁하고, 문책인사로 경질된 인사들의 해외 공관장 혹은 정부 고위직으로의 재기용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낙하산식 인사로 정부 산하 기관장들을 대부분 경질하고 굵직굵직한 공기업에 대선캠프 인사, 총선 낙천자들을 투하하고 있다.

무원칙, 무소신, 몰상식 인사의 반복은 문제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영혼 없는’ 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이명박식 인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문책성 경질인사의 재기용에 대해 “아무런 합리적인 기준이 없고, 국민이 볼 때도 아무 소통 능력 없이 이런 인사를 하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을 정도다.

국정의 난맥상으로 혼돈에 빠져 있는 국민은 작금의 이 대통령의 인사를 보면서 솔직히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자리바꾸기식 인사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신선한 맛이 없는 구태의연한 구시대 인물들이 대부분이고, 대선과정에 기여(?)한 측근들을 중심으로 논공행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권자인 국민들은 안전에 없는 느낌이다. 그중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YTN 사장 임명, KBS 사장 해임은 압권이다. 검찰, 경찰, 감사원 등 권력기관이 ‘입안의 혀’처럼 움직이면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논리는 간단하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하는 인물로 대거 물갈이하여 국정을 원만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순리이고 도리라는 얘기다. 인사문제는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최소한의 원칙과 룰이 필요하다. 잘못된 인사로 인해 국정운영이 큰 차질을 빚고 온 나라가 분열과 대립으로 치닫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다음에 유념해 인사문제를 다루었으면 한다.

우선, 정권의 성패는 공정한 인사정책에 달려 있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말로만 소통과 화합의 정치를 내세우지 말고 불편부당하고 합리적인 인사정책을 통해 진정한 국가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대통령은 측근이나 당파성이 짙은 인사, 이른바 ‘코드인사’를 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야 한다. 인치가 아닌 시스템에 의한 인사를 통해 미래를 책임질 유능한 인물을 기용해야 한다.

권력 주변에는 부정부패한 부나비들이 들끓게 마련이다. 국가에 봉사하는 공직자들의 도덕성은 미덕이 아니라 의무이다.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주변을 청결히 하고 도덕성을 담보한 청렴한 인물들을 공직에 기용하고 활용해야 한다. 주변 인물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공정한 인사만이 대통령 자신을 지켜줄 것이다.

지금 현 정권의 지나친 ‘우(右) 편향’ 이념정치와 인사가 갈등의 일상화와 위기의 내재화를 가져오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퇴화할지도 모른다. 대통령은 안정적 국정운영과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라도 넓은 가슴으로 포용하고, 진보적 인사까지 과감히 기용해 실용정치를 구현하는 ‘통 큰 행보’를 했으면 한다.

김성주 성균관대 교수·정치학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