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무명의 초선 의원에서 대선후보로 급부상한 것은 계산된 정치 행보를 하고 상징조작을 잘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흑인 초선 의원은 보수적인 미국 사회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 미국인들을 어떻게 열광시켜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알았다.
오바마 후보는 2007년 2월 10일 대선 출마 선언 장소로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의 ‘옛 주청사’ 앞을 골랐다. 이곳은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1858년 미국의 단합을 강조하는 역사적인 연설을 했던 곳이다.
오바마 후보는 또 미국인들이 아직도 잊지 못하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젊은 개척자’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유세에서 “횃불이 새로운 세대에게 넘어가지 않았다면 나는 여기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케네디 전 대통령 취임식 연설을 인용했다.
오바마 후보는 지난 7월 독일을 방문했을 때 또 다른 상징조작을 시도했다. 그는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연설하기를 원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7년 6월 베를린장벽을 허물 것을 요구한 유명한 연설을 했던 곳이기 때문이었다. 독일 당국의 반대로 그는 대신 승전탑 앞에서 연설했지만 대규모 인력을 동원하는 데는 성공했다.
선거 초기에 흑인 지도자들과 오버랩되는 것을 기피했던 오바마 후보는 이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후광을 업으려고 하고 있다. 그가 후보 수락 연설을 한 28일은 킹 목사가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한 지 꼭 45년이 되는 날이다. 킹 목사의 아들인 마틴 루터 킹 3세가 이날 추모 연설을 했다.
워싱턴=한용걸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