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위장 여간첩 원정화(34)는 김혜영, 김명희, 김해란 등 다양한 가명을 쓰며 공작활동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남한에서 군 장교, 경찰, 정보요원들과 자연스럽게 교제하면서 포섭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북한 보위부 소속 공작원으로 활동하면서 ‘접근기술’ 등을 터득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남한에서 원씨는 이름을 계속 바꿔가며 공작활동을 벌였는데, 2006년 원씨는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의 거처를 알아내기 위해 서울 마포의 한 갈비집에서 김용화(56) 탈북난민인권협회 회장을 만났다. 이때 그는 자신을 탈북자 ‘김혜경’이라고 소개했다. 원씨는 당시 탈북자동지회 부회장이던 김 회장을 통해 명예회장이던 황장엽씨에게 접근을 시도했다.
원씨는 중국 보위부에서 “한국 사람들이 노래방에 자주 오니 종업원으로 위장 취업해 남한 정보기관 요원이나 그들로부터 사주를 받은 사업가들에게 접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실제로 원씨는 1999년 9월 중국 옌지의 한 노래방에 위장 취업해 남한의 윤모(47)씨에게 접근했다. 당시 그는 자신을 탈북자로 소개하고 돈도 없고 거주할 곳도 없다는 거짓말을 하고 전화번호를 받아낸 뒤 다음날 윤씨가 묵고 있던 호텔로 찾아갔다. 윤씨가 “북한군부대 기지나 군수품 공장 등의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자, 곧바로 보위부 상부로 연락해 윤씨를 그들의 아지트인 두만강호텔 301호로 납치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합동수사본부는 원정화의 계부인 김모씨가 북한 대남공작 관련 부서의 고위 간부로 근무한 점으로 미뤄 김씨가 단순히 원정화의 간첩활동을 지원한 것 외에 자체적인 주요 임무가 주어졌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김씨가 중국에 있을 당시 당시 북한 정보기관의 도움 없이는 북한산 물건을 내다 파는 무역업에 종사하면서 큰돈을 벌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정보기관과의 연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원정화 역시 합수부 조사에서 “아버지가 중요한 임무를 띠고 내려온 것 같지만, 그 임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지법은 이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원정화 간첩 사건을 형사11부(재판장 신용석 부장판사)에 배당했다. 첫 공판은 9월10일 오전 10시30분 수원지법 310호 법정에서 열리며 공판 공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재판장은 심리가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안녕질서, 선량한 풍속을 해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비공개로 진행할 수 있으며, 이럴 경우 그 이유를 고지해야 한다. 원씨는 현재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이며 변호인으로는 김모 국선 변호사가 선임됐다.
박호근 기자 rootpark@segye.com
中서 위장 취업 후 장교 등에 접근기술 터득
내달 10일 첫 공판… 공개 여부 결정 안돼
내달 10일 첫 공판… 공개 여부 결정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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