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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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잇단 희생·反유대주의 확산에 한발 후퇴

유엔학교 폭격 무리수… 국제사회 공분
이軍 작전시작 12일 만에 첫 한시 휴전
하마스 '재무장 금지조항' 동의여부 관건
이스라엘군의 6일 가자지구 유엔학교 폭격은 그동안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 논란에 방점을 찍었다.

공격을 받은 유엔학교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했던 곳이다. 파란색 유엔기가 나부끼는 학교에는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을 시작한 지난 3일 이후 주민 800명 이상이 피란해 왔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번 포격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 희생자의 친척인 바흐자트 술탄은 “비록 학교에 음식이나 물, 담요는 없지만 유엔기가 우리를 보호해 줄 것으로 생각했다”며 “유대인들이 이곳에 있는 한 어디를 가든 죽음이 우리를 쫓아올 것”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가자시티 주민 파레스 아크람도 알 자지라 방송에 “가자지구에는 더 이상 안전한 장소가 없다”며 “이스라엘 전투기는 가자지구에 끊임없이 폭탄을 투하하고 미사일을 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특히 급속히 늘고 있는 어린이 희생자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현지 의료진에 따르면 공습 이후 숨진 약 600명의 사망자 가운데 적어도 4분의 1이 여성과 어린이로 집계되고 있다.

부상자 2750명도 대부분 민간인이다. 팔레스타인 인권센터 관계자는 “민간인 사망자 중 130여명이 16세 이하의 어린이”라고 말했다.

국제아동권리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의 베네딕트 뎀프시는 “공습이 시작되기 전 이미 5만명의 가자지구 어린이들이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었다”며 공습 후 상황이 악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어린이들은 전화(戰禍)를 피해 살아남더라도 그동안 계속된 전투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경고도 쏟아지고 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노르웨이 의사 머드스 길베르트 박사는 “이번 전쟁에서 끔찍한 상황을 목격한 어린이들은 평생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리다 극단주의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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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조건부 휴전안 수용

가자 주민들 “이젠 어딜 가도 죽음 뿐”


■ 이·팔 가자사태 일지

▲2008년 12.27=이스라엘, 작전명 ‘캐스트 레드’ 가자지구 전격 공습

▲ 〃 12.28=이스라엘, 무기반입 용도 하마스 땅굴 집중 공습. 이슬람권, 이스라엘 규탄 대규모 시위 확산

▲ 〃 12.29=이스라엘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 하마스와 전면전 선언

▲ 〃 12.30=유럽연합(EU) 외무장관 프랑스 파리서 긴급회의. 이스라엘 48시간 휴전안 논의

▲ 〃 12.31=이스라엘 휴전 관련 내부논의 중단, 공습 재개

▲2009년 1.1=하마스 최고위 지도자 니자르 나이얀 폭사. 팔레스타인 사망자 400명 돌파. 이스라엘, 프랑스 휴전안 재차 거부

▲ 〃 1.2=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하마스의 이스라엘 로켓 공격 영구적 금지를 전제한 휴전 촉구

▲ 〃 1.3 = 조지 부시 미 대통령, 하마스 로켓공격 테러행위로 규정. 이스라엘 지상군 전격 투입, 전면전 확산

▲ 〃 1.4 =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 ‘가자 재점령하진 않을 것’ 발표

▲ 〃 1.5 =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 유럽의 즉각 휴전 요구 거절

▲ 〃 1.6 =이스라엘, 피난처로 사용되던 가자내 유엔학교 공격. 40명 사망, 국제사회 비난 고조

▲ 〃 1.7 = 이스라엘, 이집트와 프랑스가 공동 제안한 휴전안 조건부 수용. 전제조건은 하마스 재무장 방지, 무기밀수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