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명절 선물 씀씀이를 알기 위해 세계일보 취재진이 최근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가 헛물만 켰다. 택배 비용으로 건당 3000원쯤 소요됐다는 답변밖에는 달리 밝혀진 게 없기 때문이다.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현행 정보공개 제도에 관한 만족도도 ‘매우 불만족’ 14%, ‘불만족’ 51%로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현 정부 들어 제도 자체가 후퇴했다는 응답자도 4명 중 3명에 달했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1998년부터 시행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이 무색할 지경이다. 늦기 전에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정보공개법 절차에 따라 문을 두드려도 원하는 정보를 얻는 대신 불만만 쌓이게 마련이란 것이 취재진이 내린 진단이다. 차축이 뒤틀린 자동차처럼 법과 현실이 따로 굴러가는 셈이다. 이는 공직사회의 기본 체질과 무관치 않다. 그간 정보공개를 청구해 본 경험이 있다면 그 누구라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해묵은 관료제의 폐해인 것이다. 충격적인 것은 정권교체 후 퇴행 증상이 오히려 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진해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뒷걸음만 친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세계 역사상 ‘투명성’을 좋아한 정부는 존재해 본 적이 없다. 비밀주의를 선호하는 본능은 민주·반민주를 떠나 권력의 기본 속성인 것이다. 비밀의 장막에 둘러싸인 권력치고 썩지 않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도 역사가 전하는 교훈이다. 바로 여기에 정보공개제의 의미가 있다. 현대 민주국가의 본질적 요건인 ‘견제와 균형’이 이로써 폭넓게 담보된다. 국가 건전성을 보장할 안전장치인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정보공개법을 도입하고 그 개선 방향을 놓고 고민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청와대부터 정보공개법의 현주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솔선수범도 등한히 해서는 안 된다. ‘작고 알뜰한 정부’를 구현하는 묘책이 이것 빼놓고 달리 있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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