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경남은행 인수와 관련해 은행 고위 간부와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측에 금품 로비를 벌인 의혹을 검찰이 조사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5일 박창식 창원상공회의소 회장을 불러 금품 로비에 관여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정 전 비서관도 이날 다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2007년 6월 박씨 측이 경남은행 고위 간부에게 분홍색 보자기에 싸인 ‘굴비 상자’에 현금을 채워 전달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비서실장 격인 정승영 정산개발 대표가 청와대로 들어가 정씨에게 100만달러를 건넨 시점과 일치한다.
검찰에 따르면 박창식 회장은 2005년 10월 김해상공회의소 회장인 박씨 등 경남지역 11개 상공회의소 회장이 만든 경남은행 인수 추진위원회 회장을 맡았다. 당시 그는 은행 인수자금 8000억원 가운데 은행 주식을 상장해 3000억원을 마련하고, 5000억원은 박씨 등 경남 지역 자본가를 끌어들인다는 복안을 내놨다. 2000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경남은행은 공적자금 3500억여원을 수혈받고 이듬해 3월 우리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됐다.
위원회는 박씨가 1대 주주가 되는 것을 전제로 은행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예금보험공사와 우리금융지주, 정부를 상대로 “경남은행을 지역 기업인에 넘겨달라”고 피력했다. 자금 마련보다 정부 등의 매각 언질이 더 급했다. 정씨 등 청와대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2007년 초 울산?경남지역 600여 기업체가 주식인수의향 의사를 밝혔다. 지역 출신 국회의원 20여명은 조기 민영화에 대한 동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일부는 이를 돕는 개정안도 발의했다. 그러나 그해 9월 재정경제부는 “경남은행을 지역 상공인에게 매각하는 방안은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로비가 실패한 셈이다. 검찰은 정부의 ‘지역 기업인 매각 불가’ 방침이 확정되기 3개월 전에 로비가 광범위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