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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前총리 "님을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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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헌화때 “사과하라” 고성·야유
李대통령의 헌화 29일 서울 경복궁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헌화한 뒤 돌아서고 있다.
이종덕 기자
‘슬퍼하지 말라’는 고인의 유언은 지킬 수 없었다.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아보려 했지만 환한 미소의 영정 앞에서 결국 통곡할 수밖에 없었다. ‘원망하지 말라’는 당부도 받들지 못했다. 증오를 담은 고함과 야유가 터졌다.

29일 서울 경복궁 앞 뜰에서 치러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이렇게 산 자들의 ‘슬픔과 분노’가 교차했다.

이날 영결식은 오전 10시58분쯤 노 전 대통령의 유해를 실은 운구차가 군 의장대의 호위를 받으며 경복궁 동문으로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4100명의 조문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운구행렬을 맞았고, 유족들은 말없이 목례로 감사인사를 했다.

권양숙 여사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 등 유족들은 식장 맨 앞 줄에서 영결식을 지켜봤다. 유족들은 눈물을 참는 듯 입술을 굳게 다물었고, 간혹 손수건을 입에 갖다 대며 슬픔을 삭이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영결식 도중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조사와 생전 동영상이 상영되자 유족들은 결국 눈물샘이 터지고 말았다. 특히 권 여사는 아들, 딸, 며느리의 울음소리에도 애써 의연하게 버텼으나 휠체어를 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고인 영정에 헌화를 하고 돌아와 악수를 청하자 설움이 복받친 듯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흐느꼈다.

이날 조사를 낭독했던 한명숙 전 총리는 시작할 때부터 목소리가 젖어 있었다. 특히 한 전 총리가 “님을 지키지 못한 저희들의 무력함이 참으로 통탄스럽습니다. 대통령님을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며 목이 멘 소리를 내자 영결식 전체는 눈물바다로 변했다.

‘친노’ 인사 가운데 영결식에 참여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영결식 내내 숙인 고개를 들지 못했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도 애써 울음을 참으려는 표정이었지만 붉게 충혈된 눈은 감출 수 없었다. 특히 초췌한 표정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눈물조차 마른 듯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영결식을 지켜봤다.

참석자들의 슬픔이 고조되면서 돌발행동도 벌어졌다.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영결식 말미쯤 이명박 대통령이 헌화를 위해 영정 앞으로 나가는 순간 “정치적 살인자. 대통령은 사과하세요”라며 울분 섞인 고성을 질렀다. 백 의원은 즉각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했으나, 일부 참석자들이 “사과하라”며 야유에 동참하는 바람에 영결식장은 잠시 소란스럽기도 했다.

영결식장에는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색깔인 노란색 수건 반입이 전면 금지됐다. 경호원들은 영결식장 공식 출입문인 경복궁 동문에서 출입자들의 물품을 일일이 점검하며 노란색 수건의 반입을 차단했다. 경호원들은 노란색 수건을 압수하는 이유에 대해 “상부에서 내려온 지침”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영결식은 당초 12시10분에 마칠 예정이었으나 종교의식 등이 길어진 탓에 다소 지연된 12시25분쯤 끝났고 운구행렬은 곧장 서울광장으로 향했다.

이날 경복궁 주변에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려는 시민들이 아침 일찍부터 몰려들었으나 초청장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어 상당수 시민들이 아쉽게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광화문 인근 직장인들은 점심시간 끼니를 거른 채 경복궁쪽으로 모여 노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했다.

김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