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내 몸서 나오는 쓰레기 모두 흙으로 돌려 다시 밥상으로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귀농인 두 사람이 담아낸 ‘건강한 삶’
시골똥 서울똥/안철환 지음/들녘/9000원

정말 소중한 것은 한 뼘 곁에 있다/이우성 지음/돋을새김/1만2000원

안철환 지음/들녘/9000원
‘글밭’을 일구며 살던 출판기획자 두 명이 귀농해 배운 ‘마음밭’ 가꾸기 이야기를 나란히 책으로 담아냈다. 건강한 삶과 자연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두 책의 키워드는 만물의 관계와 순환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건강한 삶을 위해 순환이 중요하고 순환의 수레바퀴에서 핵심은 똥의 재활용이다. 전국귀농운동본부 홍보출판위원장으로 주말농사학교를 운영 중인 안철환씨가 쓴 ‘시골똥 서울똥’은 한마디로 똥 예찬론이다. “밥은 나가서 먹어도 똥은 집에 가서 싸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농가의 큰 자산이었던 똥의 가치와 쓰임새의 역사를 다룬다.

경기 안산에서 남은 음식물과 배설물로 직접 거름을 만들어 농사를 짓는 안씨는 똥의 재활용 방식에 대한 과거와 현대, 서양과 동양의 비교문명사를 써내려간다. ‘시골똥 서울똥’은 재래식 화장실의 장점에 자연의 쾌적함을 더한 ‘푸세식’ 뒷간에 대한 순례기로부터 시작한다. 책에 따르면 시골의 뒷간은 사람의 똥을 발효시키기 위한 아이디어의 전쟁터다. 인분만큼 ‘거름발’이 센 것은 없기 때문이다. 비옥한 토양을 위한 순환 고리의 핵심은 잘 발효된 똥. 지은이는 된장과 김치, 흙과 똥(거름)의 발효 문화에 깊은 의미를 부여한다. “발효란 미생물과 원재료가 서로 잘 섞인다는 것이고, 이는 다른 생명을 불러들여 공생할 때 본연의 목적이 더욱 공고해지는 셈이다.”

이우성 지음/돋을새김/1만2000원
하지만 지은이는 “서울 사람 똥은 거름도 못 만든다”는 말로 현대의 생활방식을 반성한다. 육식과 인스턴트 음식으로 오염된 도시인의 똥은 ‘쾌변’과 거리가 멀다. 육식을 주식으로 삼았던 서양인들에겐 냄새 나는 인분을 거름으로 쓴다는 것이 상상도 못할 일. 지은이는 “서양에서 인분은 물로 씻어서 사람 눈에 보이지 않도록 아주 멀리 처분해야 할 가장 더러운 쓰레기일 뿐”이라면서 “그래서 서양인들은 인분의 해양투기 방식을 개발했고 수세식 변기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수세식화장실과 해양투기가 어떻게 환경오염과 물부족 사태를 일으키는지 세밀히 고찰한다. 수세식 화장실로 대변되는 서구문명에 비해 “우리네 뒷간은 냄새 나고 더러운 것”이라고 여겼던 우리의 잘못된 열등감을 깨끗이 씻어내리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고기보다 채소, 음식보다 곡식을 주인으로 여겼던 시골밥상의 전통은 배설을 원활하게 할 뿐 아니라 육식문화로 병든 현대 식문화의 건강성을 회복시킨다. 채식보다 곡식 농사는 곡식 자체가 종자(씨앗)이기에 채종하는 데 어려움이 없으며 저절로 작물의 자손번식을 도와 자연과 인간이 자연스럽게 순환하는 근본관계를 뒷받침해준다.

특히 우리 토종(잡곡) 종자 수가 국토 면적에 비해 10배나 많다는 사실은 자연변화에 대한 대응력과 생태계의 건강성이 종다양성에서 나온다는 진리를 되새겨준다. 하지만 토종 종자가 사라지는 작금의 현실은 농사의 상업화 문제, 도시 소비자의 책임을 일깨운다.

게다가 생활문화를 종교적인 면까지 끌어올리는 통찰은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자급자족 농경사회의 공동체적 결속력은 조상신을 섬기는 종교적 기원이 된다. 동북아시아의 유교가 조상신을 믿는 것은 조상이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땅에서 농사를 짓기 때문이다. ‘고마운 땅’은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등 조상이 내려준 것이다. 즉, 땅을 근거로 한 농경사회 공동체는 죽은 사람, 앞으로 태어날 사람들까지 포함하는 역사적인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순환농법과 유목민, 초식문화권과 육식문화권, 토기문화와 철기문화 등 문화권에 대한 통찰은 한국의 전통을 미개함과 동의어로 여긴 데 대한 반성이 깔려 있다. 전통 사회의 유기체적 정신은 현대의 생태환경 문제의 중요한 단서다. 지은이가 발품을 팔아 연구한 우리 뒷간과 거름, 토종 종자 이야기, 간단한 생태 뒷간 만들기와 텃밭 흙 만들기 등 직접 따라할수 있게 안내하는 부록을 실었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사야말로 땅과 자연과 사람을 살리는 길임을 말하는 이우성씨의 신간 ‘정말 소중한 것은 한 뼘 곁에 있다’도 “내 몸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모두 흙으로 돌려 다시 밥상으로 돌아오게 하자”는 ‘시골똥 서울똥’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학졸업 후 마흔을 바라볼 때까지 도시에서 살다가 8년 전 귀농한 이씨는 행여 지렁이가 다칠까봐 “뜨거운 물조차 함부로 버리지 마라”고 했던 조상들의 인간다움을 되찾아 나선다.

충북 괴산에서 철두철미 유기농사를 고집해온 지은이는 결국 내가 살 수 있는 것은 나를 둘러싼 자연, 옷깃 스치는 거리의 사람들, 내 안의 숱한 감정과 생각 덕분이라고 말한다. “지구 상의 모든 동물이 자신의 몸이나 겨우 들어가는 작은 집을 짓고 사는 데 비해 인간만이 자기 몸의 200배, 500배나 큰 집을 짓고 산다”는 지은이는 “집의 크기도 내 아이와 아이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작고 아담하게 만드는 것이 삶의 질을 더욱 높이는 것”이라고 제안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무한한 햇살 한 줌, 대지의 에너지인 흙, 매일 함께 웃을 수 있는 이웃, 내 영혼을 살찌게 하는 고독, 무서운 톱니바퀴인 시간 등을 소재로 90편의 단상을 엮어냈다. 가부좌 틀고 앉아 얻어낸 사색이 아닌 온몸으로 생산하는 삶이 쓴 글은 소박한 삶의 풍요를 노래한다.

“무엇 하나 나와 별개로 떨어져 있는 것은 없습니다. 흐르는 시냇물도 마시는 물속에 포함돼 내 안에 들어와 있고, 나무가 내뿜는 산소도 내 숨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