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내 도박장은 2005년까지 등록된 곳만 1만2000곳에 이른다. 불법 도박장까지 합치면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이에 대해 러시아 사회에서는 “도박산업이 번창할수록 러시아인의 정신은 병들어 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메스를 들이 댄 인물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다. 그는 대통령이던 2006년 도박산업에 관한 특별법을 만든 뒤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1일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 ‘도박장 청소’에 들어갔다.
◆러시아의 도박장 폐쇄전=중국 신화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주요 도시에는 지난달 30일 밤부터 도박장마다 경찰이 대거 투입됐다. 모스크바 내 도박장은 상당한 규모를 갖춘 곳만 542곳에 이른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 109개의 도박장이 있다. 이들 도박장의 도박시설과 기차역 슬롯머신은 모두 철거되고 있다. 현지 언론은 “도박장에 도박꾼은 없고 경찰만 가득하다”고 전했다.
러시아 도박장 폐쇄의 D-데이는 지난 1일이었다. 푸틴 총리가 2006년 만든 특별법에 따라 주요 도시의 도박장 영업이 이날을 기해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이 법률은 극동연해주, 서시베리아의 알타이변경구, 서북 지역의 칼리닌그라드주, 흑해 연안의 크라스노다르 이외 지역에서는 도박장 개설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지역은 모두 모스크바에서 1000㎞ 이상 떨어진 곳이다. 사실상 러시아 중심부에서 도박산업을 퇴출시킨 것이다.
이 조치는 ‘검은 자본과의 전쟁을 시작한다’는 푸틴 총리의 계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법률 제정 당시 “도박 폐해는 알코올중독보다 심하다”며 전면전을 선언한 바 있다.
러시아 도박장은 마피아로 일컬어지는 범죄 집단과 불법 조직, 심지어는 테러조직의 돈줄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때 러시아에서는 ‘마피아가 러시아를 통치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강력한 권력을 거머쥔 푸틴 총리가 도박과의 전쟁을 선언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도박장 철거가 시작되면서 러시아에는 “30만∼40만명의 실직자가 생길 것”이라며 걱정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러 도박 갈등 시작되나=러시아의 ‘도박 청소’ 불똥은 중국으로 튀고 있다. 중국인은 도박을 좋아하기로 소문 나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2005∼06년을 전후해 대대적인 도박과의 전쟁을 벌이며 국경 지역의 80여개 도박장을 폐쇄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도박장을 변경 지역으로 몰아내면서 중국을 긴장하게 만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가 되는 지역은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인 극동연해주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와 가까운 알타이변경구다. 극동연해주는 북한과도 가깝다. 우리나라 도박꾼이 가는 곳이기도 하다.
도박산업으로 돈을 벌자면 돈 많은 사람을 손님으로 끌어들여야 하지만 이들 두 지역은 부자 동네가 아니다. 그런 만큼 이 지역에 세워지는 도박장은 중국인을 주요 고객으로 끌어들이려 할 것이라고 중국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러시아 도박장으로 가는 중국인을 철통 감시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강호원 선임기자 hkang@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