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소기업 대출 전문 은행인 CIT그룹이 1일(현지시간) 뉴욕의 파산법원에 파산보호(챕터 11)를 신청했다. CIT그룹은 자산이 710억달러, 부채가 649억달러에 달해 파산 규모로는 리먼 브러더스 홀딩스와 워싱턴 뮤추얼, 월드컴, 제너럴모터스에 이어 미국 역사상 5번째다.
특히 CIT는 미국 내 수만개의 중소기업에 자금줄 역할을 하는 곳이어서 이번 파산이 회복 기미를 보이는 미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CIT그룹은 지난해 말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사정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미국 정부로부터 23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자금난은 계속됐고, 결국 지난 7월 정부가 CIT의 추가 지원 요구를 거부하면서 “파산보호 신청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CIT는 채권자들과 채무를 주식이나 새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교환하는 방안을 협의했지만 이마저도 성사되지 않자 채권자들과 구조조정방안을 마련해 파산을 신청하는 사전조정 파산보호의 길을 택했다.
이날 CIT그룹은 파산보호 기간에도 중소기업에 계속 대출한다고 밝혔지만, 돈을 빌려 다른 대출금을 되갚는 식으로 버텨온 중소기업들은 CIT의 파산보호로 줄도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스파이어 캐피털의 사모펀드 담당자인 릭 패터슨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CIT가 파산했다고 해서 미국 경제가 궤도에서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소기업 대출 시장의 자금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소 제조업체나 소매업체에는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주주들의 주식도 휴지조각이 돼 미 정부가 지난해 CIT에 우선주 지분 확보 형태로 지원했던 23억달러의 공적자금도 상당부분 날아가 버릴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을 지원한 사례 중 처음으로 손실을 기록하게 된다.
조풍연 기자 jay24@segye.com
수만개 中企 자금줄… 경기회복에 큰 부담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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