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판정을 받고 23년간 침대에 누워 있었던 한 벨기에 남자가 사실은 의식을 잃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AP통신과 BBC 방송 인터넷판이 23일 보도했다.
동양 무술에 심취해있었던 롬 하우번(46)은 1983년 교통사고를 당한 뒤 뇌사 판정을 받았다.
벨기에 뇌사과학그룹의 스테번 라우레이스 교수는 그러나 2006년 새로운 기술인 ‘PET 스캔’으로 하우번의 뇌를 검사한 결과 그가 마비 상태이긴 하지만 뇌의 기능은 정상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라우레이스 교수는 특별 제작한 키보드와 터치 스크린을 이용해서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하우번에 가르쳐줬고, 이제는 잡지 기자와 문자 인터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하우번은 독일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외쳤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듣지 못했다”며 “의료진이 내가 의식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 날이 내가 두번째로 태어난 날”이라고 말했다. 하우번의 이야기는 라우레이스 교수가 작성한 최근 보고서에 의해 알려지게 됐다. 이 보고서에서 그는 식물 상태로 분류된 사람들의 약 40%는 의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처음에 뇌사라고 판정한 의료진은 하우번이 뇌사에서 식물인간 상태로 호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뇌사는 의식이 없고 눈이 닫혀 있는 상태인 반면, 식물인간 상태는 의식은 없지만 눈을 떠서 움직일 수 있다. 뇌사자는 안락사 대상이지만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는 때때로 의식을 되찾기도 한다. 하지만 라우레이스 교수는 뇌사도 식물인간 상태도 아닌 이들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에서만 매년 10만명이 심각한 뇌손상을 입고, 그중 2만명이 3주가량 뇌사 상태를 겪는다”며 “그중 일부는 죽고, 일부는 다시 건강을 되찾지만 연간 3000∼5000명은 그 중간 상태로 남아있다. 그들은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살아간다”고 말했다.이 때문에 23년만에 이뤄진 하우번의 ‘귀환’은 안락사 논쟁의 새로운 국면을 가져올 지 모른다고 통신은 전했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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